‘사탕비’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SF 소설이다.

표지

소재 때문에 일단 SF로 분류하기는 한다만, 막상 읽어보면 이 소설을 SF라고 하기는 좀 그렇다고 느낀다. 왜냐하면, SF적인 배경과 설정이 썩 좋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 사탕비라는 소재부터가 좀 그렇다. 사탕비는 90년대 말, 소위 세기말이라 하는 분위기에 휩쓸려 나왔던 (지금보면 말도 안되는) 작품들의 오마주처럼 느껴지는 판타지적인 설정이다.

인간들이 작위적인 활동으로 그들 자신이 생존하기 어려운 환경을 이끌어 냈다는 것이나, 그것이 핵과 같은 파괴적인 것에 의한 것이었다는 것, 그로인해 극히 협소한 생존환경만이 남겨졌다는 것부터가 그렇다.

소설은 그렇게 변화된 환경에서 만들어진 유해 물질들이 뭉쳐 유해성이 있는 우박 형태의 비, 소위 사탕비가 내린다는 설정을 더하고, 한술 더 떠서 그게 사실은 전혀 새로운 굉장한 신약 성분을 포함하고 있기에 그걸 이용해 사실상 선택적인 불노불사까지 가능하게 되었다고 설정했는데, 이게 너무 판타지 적이라서 SF, 그러니까 과학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고 느끼게 한다.

한마디로 말해, SF적으로는 별로 기대하기 어려운 소설이라는 거다.

그건 이 소설의 또 다른 주요 요소 중 하나인 미스터리 역시 마찬가지다. 이야기는 마치 인간 사이에 ‘캔디 인간’이 섞여있어 그를 색출해내기 위해 목숨을 건 게임을 하면서 과연 캔디 인간은 누구일지를 추리해가는 과정을 그린 일종의 서바이벌, 두뇌 게임인 것 같은 모양새를 띄고 있지만 사실은 전혀 그걸 제대로 그리지도 않으며 심지어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지조차 않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컨셉도 실패하고 이야기의 구성까지 망가진 소설인 것 같다. 그러나, 사실은 작가가 그런 것에 중점을 두지 않았기에 그렇게 된 것에 가깝다. 애초에 ‘앞으로 할 이야기는 결코 추리가 아니다.’라는 문장으로 소설을 시작했으니 말이다.

그러면서도 마치 그런 이야기인 것처럼 전개를 해 나간 것은, 그런 경험과 생각을 하는 주인공을 보여주려는, 좀 의도된 것에 가깝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를 통해 인간과 인간성에 대해 얘기하고, 생각해보게 하기에 의외로 나쁘지만은 않다.

다만, 방사능과 방사선, 방사성물질을 제대로 구별하지 못한다든가, 안드로이드와 휴머노이드, 사이보그를 구별해 부르는 것을 무시하고 지칭하는 듯 한다든가 하는 등 SF적인 개념 같은 게 부족해 보이는 것은 이야기를 보는 내내 계속해서 뭔가 걸리게 만드는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