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시 볼(Jesse Ball)’의 ‘센서스(Census)’는 이별을 준비하는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표지

소설은 아내와 사별하고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남자가 다운증후군을 앓는 아들과의 마지막 인생을 함께하기 위해 인구조사원이 되어 A부터 Z로 가는 여정을 떠나면서 시작한다.

언젠가 아내가 말했던 것에서 비록된 이 여행은 그간 함께 하지 못했던 아들과 조금이라도 더 함께 있기 위한 것이기도 한 한편 이제 영원히 헤어져야만 하는 아들과의 이별을 준비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그가 굳이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나기로 결정한 것이라거나, 그를 위해 인구조사원이 된 이유, 그 여행에 어쩌면 되돌아오는 데 어려움을 겪을 지도 모르는 아들을 동행시킨 것은 조금 의아하기도 하다. 왜 그런 선택을 하는 건지 그 배경과 이유가 잘 와닿지 않아서다.

그건 이 이야기가 소설의 형식을 하고는 있지만 일상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은유에 가까운 형태로 구성되어있기 때문이다. 인구조사원이라는 쓸모를 알 수 없는 독특한 직업이나 A에서 Z까지 북으로 가는 여행 등도 그 자체가 의미있다기 보다는 죽음에 이르는 여정이나 그 속에서 아들과 인간에 대해 알아가는 것은 나타내는 것이라고 봐야한다는 말이다. 이런 특징이 이 소설을 현실에 기반한 이야기인 것 같으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어린왕자처럼 판타지같이 느끼게도 만든다.

Z로 가는 여정 중에는 인구조사를 위해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며 그를 통해 다양한 인간들과 사회의 보여주기도 한다. 몇몇은 독특한 사연들이 눈길을 끌기도 하는데, 그런 것들도 이들은 전혀 깊게 파고들거나 하지 않는다. 그래서 무엇을 얘기하려던 것인지 더 생각하게 만들기도 했다.

마치 조각처럼 떨어진 이야기들을 사이 사이에서는 그들과의 만남이나 대화를 통해 아내와 아들과의 추억을 회상하기도 하는데, 저자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 듯한 그 이야기들은 다운증후군을 가진 소년과 그 주변 사람들에 대해서 조금 알려주는 역할도 한다. 소설을 보면서는 딱히 아들이 다운증후군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는데, 그게 어쩌면 별 다른 것 없는 똑같은 인간임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했다. 다만 좀 더 순수하고 인간적인 인간 말이다. 그렇기에 더 그가 마지막에 이르러 아버지와 나누는 대화가 감성을 건드린다.

소설은 여러가지 의미도 있고 생각해볼만한 점들을 다루기도 하며, 실제에 기반한 듯한 추억들은 저자가 가진 형의 초상도 꽤 잘 담아낸 듯하다. 그러나 전에 없이 독특한 형식이나 은유적으로 그려낸 인구조사원 이야기가 무엇을 말하려는 것인지 쉽게 읽히지는 않는다. 다 읽고나서도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특별한 목적으로 쓴 만큼 재미도 크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