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세페 페스타(Giuseppe Festa)’의 ‘날기 위한 백 걸음(Cento passi per volare)’은 앞이 보이지 않는 소년의 갈등과 성장을 그린 소설이다.

표지

장애가 있는 사람을 대할 때 때로는 어색함을 느낄 때가 있다. 자칫 마음을 상하게 한다거나 할까봐 평소처럼 말하거나 행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조심스러운 마음에 그러는 것이겠지만, 때로는 오히려 그런 모습이 상처를 만들기도 한다.

이런 면은 장애가 있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이 사람이 이렇게 얘기하는 건, 또 이렇게 행동을 하는 건 혹시 자기에게 장애가 있기 때문은 아닐까 하고 어쩔수 없이 생각하게 될 때가 있다는 거다.

소설의 주인공인 ‘루치오’도 그렇다. 그래서 가능하면 뭐든지 혼자서 해결하려고 하고, 그럴 수 없는 일은 피하려고 한다. 혼자서는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는 것도 그래서다. 눈이 안보이기 때문에 좌석이 비었는지 확인하려면 반드시 건드려봐야 하기 때문이다.

스스로 하려고 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자립심이 강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만, 다르게 보면 고립을 자처하는 것이기도 하다. 좋을리 없다는 얘기다. 그래서 더 주변 사람들은 그런 그를 안타깝게 볼 수 밖에 없는데, 어느 날 고모와 함께 찾아간 돌로미테 협곡에서 뜻밖의 만남과 경험을 하면서 새로운 깨달음을 얻게 된다.

모두가 서로 도우며 사는 것이라는 교훈은 어찌보면 진부한 주제다. 그래서 더 그걸 어떤 이야기로 풀어내는지가 중요했는데, 소년과 소녀가 만나 서로를 통해 무엇을 느끼고 깨닫는지를 나름 잘 그려냈다. 시각 장애인의 이야기를 잘 담았고, 알프스 산맥과 독수리 이야기도 볼만하다.

악몽이나 비상을 그린 것은 좀 비현실적이기는 하지만 그것도 루치오의 마음을 비유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그렇게 나쁜 것도 아니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