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애나 윈 존스(Diana Wynne Jones)’의 ‘축구 양말을 신은 의자(Chair Person)’는 어느 날 갑자기 사람이 되어버린 의자 이이기를 그린 소설이다.

표지

오래 사용한 물건에 혼이 깃든다고 한다. 소위 도깨비라는 것이다. 보통 물건의 소중함과 이어지기도 하는 이런 이야기들은 동양에선 흔하다만 서양에서는 그리 쉽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이 소설은 과연 동양의 물건 도깨비와는 또 어떻게 다르게 그렸는지 비교해보게 된다.

동양의 물건 도깨비가 요정이나 작은 신과 같은 존재인데 반해 이 소설속의 의자 사람은 마치 증오를 품고 태어난 것 같다. 하는 일마다 문제란 문제는 다 일으키기 때문이다.

그건 어쩌면 그의 태생이 버리려던 의자여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가족들이 그리 소중히 하지는 않아서 덕지덕지 때가 묻고 해진데다, 불에 태워 없애버리려고 했으니 혹시나 의지를 가지게 된다면 어느정도 원망할 법도 하기 때문이다.

어떤 면에서는 인간을 풍자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가 보이는 여러 모습들은 모두 인간들에게서 온 것이기 때문이다. 하루종일 중요를 가리지 않고 되는대로 떠들어대는 TV, 오로지 자기 할말만을 하며 사람들을 교묘히 조종하고 이용해먹는 크리스타 이모, 불우이웃과 굶주림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정작 자신들은 우아하게 티타임을 갖고 맛나는 음식을 풍족히 먹는 것 등 그의 맘에 안드는 여러 모습들은 모두 인간을 비춘 거울과도 같다.

어쩌면 그래서 그의 본질이 의자인데도 불구하고 (인간상을 투영해서) 쉽사리 처리하지 못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만약 그동안 소중하게 아끼며 사용했던 의자였다면, 표리부동하게 말만이 오가는 관계가 함께하는 불만스러운 일상이 아니라 행복이 가득한 가정을 지켜보았더라면 어땠을까. 묘하게 생각해보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