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칙한 SEX’는 제목처럼 성을 주제로 한 시집이다.

표지

이 책을 처음 본 사람은 어쩌면 당황할지도 모르겠다. 생각보다 훨씬 더 성을 드러내놓고 표현했기 때문이다. 솔직? 아니, 그런 말로는 좀 부족해 보인다. 그보다는 노골적이라는 게 더 어울릴 것 같다.

그만큼 굉장히 야하기도 해서, 때로는 마치 포르노를 보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몇몇에선 일반적인 연애가 아닌, 그렇고 그런 상황을 그리기도 해서 더욱 그렇다. 표현도 꽤 잘 살아있어서, 개중에는 정말로 뜨거워지는 것도 있다.

그렇다고 단지 야하기만 한 것을 단지 싸 놓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걸 주제로 했을 뿐 어떻게 봐도 시다. 문장도 멋지게 잘 썼고, 물건이나 다른 상황 등으로 비유도 잘 했다. 대게 노골적으로 썼기에 당연히 비유들도 그렇게 해석하기는 한다만, 한편으로는 비 성적인 상황을 그린 느낌도 잘 살아있어서 각 행위나 부위 따위를 어떤 식으로 비유했는지 보는 것도 꽤 재미있다. 이게 노골적이기만 한 포르노와는 또 다른 문학만의 맛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책을 보면서 고 마광수 작가가 많이 생각났다. 세상엔 수많은 에로와 포르노가 있는데도 굳이 그가 생각난 것은, 그도 야한 부류의 문학을 썼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양지에서 쓴 그 작품으로 인해 고통받았고, 그로 인해 불행한 말년을 보냈다고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학보다 더한 현실을 마주하고 있으면서도 그걸 못내 부정하려는 듯 야함을 비난하는 세상은 얼마나 모순적이었던가. 솔직함과 외설의 경계는 무엇이며, 또 과연 외설이라 일컫는 것들은 굳이 단죄받아야만 하는 것이던가.

이 책도 야함을 드러내놓고 쓴 책이라서 그런지 그의 안타까운 인생이 떠올라 지금은 과연 얼마나 바뀌었는지 생각해보게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