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아이, 크리’은 포스트 팬데믹 하에서의 차별을 그린 SF 소설이다.

표지

엄청난 팬데믹이 일어나고 난 후, 세상은 크게 둘로 나뉘어졌다. 유전적으로 바이러스 감염에 취약해 잠정적인 감염자로 취급되는 잠복체들의 세상과 그렇지 않은 건강체들의 세상이 그것이다. 이렇게 둘로 나뉘게 된 표면적인 이유는 또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팬메믹에 의해 종말사태가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그러나, 갇힌 공간에서 노동 생활이 강제되는 잠복체들에게 그것은 허울뿐인 소리로만 들릴 뿐이다.

실제로도 이러한 구도는 차별과 계층간 갈등을 담기 위해 일부러 만든 것이다. 그를 강조하기 위해 잠복체들은 대의 따윈 편린조차 느끼기 어려울만큼 철저히 노예처럼 취급된다. 자연히 그에 불만이있는 사람도 있을 수밖에 없다. 주인공처럼 말이다.

이야기는 그런 주인공이 우연히 사고(?)를 치고 건강체들의 세상에 나가게 되면서 급진전 된다. 처음부터 체제 자체에 불만을 보여서 그런지, 주인공은 건강체 세상으로 오게 된 것을 단순하게 신분상승으로 여기지 않으며 오히려 그곳에서 보고 알게되는 것을 통해 두 세계간의 차별을 더 확실히 깨닫고 분노하게 된다.

소설은 그런 이야기를 통해 사회적 차별의 잘못됨을 꽤 잘 꼬집는다.

그러나, 이야기의 완성도는 그리 좋지 않다. 주인공이 일종의 선택을 받게되는 이유로 다소 판타지적인 소재를 사용했는데, 그걸 이용해 후반을 너무 급하게 진행시켜버리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각 인물의 서사를 충분히 풀어내지 않기 때문에 다소 급발진하는 것처럼 보인다. 전혀 낌새가 없었던 것은 아니나 전혀 빌드업이 되어있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지르기 때문에 좀 그렇단 얘기다.

지나치게 감정에만 휩싸여 저지른 폭력에 의해서만 이뤄지는 체제 전복은 그래서 별로 공감이 가지 않는다. 오히려 되는대로 깽판을 쳐놓고 그럴듯하게 명분을 갖다 붙이는 것처럼도 보여서 당초 담으려고 했다는 메시지는 좀 흐려졌다.

좀 더 긴 호흡으로 차분히 풀어냈으면 어땠을까 싶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