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르프로마진’은 김세홍의 단편 4개와 중편 1개를 엮을 소설집이다.

표지

각 소설은 모두가 인간의 어떤 우울한 감정을 담고있다. 쓸쓸함, 오해, 불필요한 기싸움이나 찌들어버린 일상에 대한 갑갑함 같은 것 말이다.

심지어 작가는 그것들을 굳이 해소시켜줄 생각은 없는 것 같다. 하물며 작은 위로도, 소심한 응원도 없다. 대부분이 그저 한껏 드러내어 보여주기만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것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받아들일지, 또 그것들에 대한 해답을 어떻게 찾을지는 모두 독자의 몫으로 남겨진다.

썩 좋지 않은 감정들을 주제로 삼았기 때문에 소설집은 전체적으로 불편하다. 누구든 한번쯤은 빠져봤을 법한 나름 익숙한 감정을, 많이 보아온 상황과 이야기로 다루기에 더 그렇다. 부정적인 감정에 이입이 잘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클로르프로마진’이란 책 제목과, ‘당신의 클로르프로마진(CPZ, 최초의 신경안정체)이 되었으면하는 바람’이라는 책소개가 별로 와닿지 않는다. 오히려 이 책 때문에, 뭔가 클로르프로마진이 될만한 게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맛있는 것이든, 신나는 음악이든, 또는 시원한 맥주나 따뜻한 소주든 말이다.

이야기 자체가 나빴다고는 하지 않겠다. 하지만, 머릿속에 남는 불쾌한 잔여감은 썩 기분이 좋지 않다. 특히 우울증 등 감정에 기복이 있는 사람에겐 별로 권하지 않는다. 다만, 너무 행복해서 날아가버릴 것 같다면 가라앉히는데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