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셰프 서유구의 술 이야기’는 한국의 다양한 술에 대해서 담은 요리책이다.

표지

이 책의 원저는 풍속 서유구가 남긴 ‘정조지’ 권7 ‘온배지류’로 거기에 나오는 이류, 주류, 시양류, 향양류, 과라양류, 이양류, 순내양류, 앙료류, 예류, 소로류 중에서 총 33가지 전통 술을 복원하여 술의 기원과 각 술을 빚는 방법 등과 함께 수록하였다. 좁게 보면 정조지에 나온 술 관련 내용을 번역해서 현대적으로 재편집해 낸 일종의 번역서인 셈이다.

과거의 책을 그 기본으로 하고 있다보니 장단점도 꽤 명확한 편이다. 장점은 예전의 술 자체를 가급적 원형 그대로 보여준다는 점이다. 비록 재료 등이 지금과 다르고 만드는 법 역시 세세하게 기록된 것은 아니라 과거 사람들이 기록으로는 남기지 않았던 경험적인 것까지는 어떻게 할 수 없었겠지만, 현대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그걸 잘 복원하고 정리해 담은게 보인다.

여러가지 술을 소개하지만 쌀과 누룩을 이용해 만드는 것이다 보니 대체로 다 과정이나 결과가 비슷한데, 그러면서도 자잘해보이는 약간씩의 차이만으로 서로 다른 빛깔을 보인다는 게 꽤 신기하기도 하다. 술을 좋아하고, 전통 소주나 청주 종류도 몇몇 맛봐보았다 보니 어떤 질감과 맛일지 조금 상상이 가면서도, 실제로는 어떠할지 궁금증을 일으키기도 했다. 책에선 되게 간단한 것처럼, ‘누구나 집에서 이런 것 쯤은 할 수 있잖아?’라고 하는 듯이 써놓았지만 쉽게 만들어볼 수 없다는 것이 조금 아쉽기도 하다.

단점은 옛 책의 내용을 담은 것이다보니 아무래도 용어 등이 낯선게 많다는 거다. 당장 술의 종류만해도 몇개를 제외하고는 들어본 적도 없는 게 대부분이다. 전통 술이라고는 하지만 이게 이 술들을 낯설게 느끼게 한다. 맛과 향 등을 좀처럼 상상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술은 그 특성상 재료의 형태 등이 남아있지 않기 때문에 더 그렇다. 요리책으로서는 아쉬운 점이다.

책 편집은 꽤 잘 된 편이다. 문장도 현대인이 보기에 무리가 없도록 잘 썼고, 사진을 풍부하게 실어서 낯선 과정이나 모습을 잘 따라갈 수 있도록 했다. 한자로 된 원문을 함께 수록한 것도 깨알같다.

단지 정조지 속 술을 재현하고 그 내용을 담기만 한 게 아니라, 그걸 익히고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서 만든 새로운 술들을 수록한 것도 좋다. 이것들은 아무래도 전통적인 느낌은 좀 덜하긴 하지만, 당장 마신다고 하면 훨씬 부담없고 맛과 향도 친숙해 일반에서 팔아도 좋아 보였다.

술과 함께 먹을 수 있는 안주거리를 소개한 것도 재밌다. 전통술이라고 해서 딱히 전통적인 먹거리에 집착하지는 않았으나 술지게미를 이용해 만든 쿠키 등 그 연장선상에 있는 것들을 소개한 것도 나름 책과 잘 어울린다.

외국에는 맥주만해도 지역마다 서로 다른 술과 맛이 있다고 할만큼 다양한 술이 있다. 과거에는 한국도 그러했다고 하지만, 근현대를 거치면서 대부분 죽어버린게 늘 아쉬웠다. 그 아쉬움을 이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채울 수 있어 좋았다. 이게 단지 문화 연구 그 자체로만 그치지 않고 실제 대중에까지 널리 퍼지는 날이 왔으면 하고 바래본다.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