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타 고이치로(藤田 紘一郞)’의 ‘의사가 알려주는 건강한 음주법(「腸」が喜ぶお酒の飲み方)’은 장 전문의가 의학에 근거해서 알려주는 올바른 음주법을 담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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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법을 알려준다고 해서 특별한 방법을 통하면 몸에 무리가 가지 않게 술을 마실 수 있다는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만, 이건 사실 조금만 맞는 이야기다. 왜냐하면, 저자는 기본으로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적당량의 술을 마실 것’을 모든 이야기의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적당량은 쉽게말해 주종에 따른 컵을 이용한 1~2잔 정도를 말한다. 소위 ‘맛만 본다’고 하는 정도인 셈이다.

전제가 이렇다보니 나머지 이야기들도 좀 필요가 없어지는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무엇이든 독이 되려면 일정량 이상을 넘어야 하는 것, 술을 적게 마신다면 그 외의 주의사항은 더 이상 필요 없을 것 같아서다.

이쯤에서 조금 눈치챈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만, 이 책은 엄밀히 말해서 술을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그런 특별한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 전혀 아니다. 그보다는 저자의 전문 분야인 장(대장, 소장)과 먹거리를 중심으로 건강에 관학 지식과 건강 유지를 위한 방법을 전반적으로 다루는 것에 가깝다. 널리 알려진 관련 속설이 어떤 근거가 있는 것인지와 반대로 잘못된 이유는 무엇인지를 얘기해주기도 한다.

책의 컨셉을 살려 그것들을 다양한 술 정보와 함께 담아내면서 술을 먹었을 때 어떤 작용이 일어날 수 있고 그 원인(성분)은 무엇이며 건강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결지어 설명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예를 들면, 어떤 안주를 먹으면 좋을까 하는 것이 그렇다. 이런점이 일반적인 건강서보다는 좀 더 가볍고 흥미롭게 볼 수 있게 해준다.

아쉬운 것은 한국어판의 번역과 구성이 썩 좋지 않다는 거다. 문장 자체를 읽는데는 문제가 없으나 일본식 용어를 그대로 사용해 잘 안읽히게 하기도 하고, 일본에서나 유효한 제품, 통계 등을 그대로 사용해서 큰 의미가 없는 것도 있기 때문이다. 굳이 ‘을류 소주’나 ‘본격 소주’ 같은 일본 업계의 용어를 그대로 사용할 필요가 있었을까. 그보다는 어차피 같은 의미라면 이미 익숙하게 사용하는 ‘증류식 소주’, ‘희석식 소주’, ‘약주’ 등으로 바꾸는 게 더 나았을 것이다. 하이볼이나 사케, 일본인 통계, 일본의 특징 등을 다룬 부분도 그대로는 큰 의미가 없는 바, 한국의 것으로 바꾸거나 한국의 경우는 어떤지 첨가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