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카 솔닛(Rebecca Solnit)’이 쓰고 ‘아서 래컴(Arthur Rackham)’이 그림을 더한 ‘해방자 신데렐라(Cinderella Liberator)’는 익숙한 동화를 새로운 시각으로 다시 써낸 동화다.

표지

가장 유명한 동화 중 하나인 신데렐라는 꽤나 편향된 사고방식이 들어있는 동화다. 신데렐라가 처한 상황도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그녀가 그런 상황에서 벗어나는 계기나 방법이 모두 전형적인 남성에 의한 구출과 신분 상승이라는 고전적인 프레임에 갖혀있기 때문이다.

이런 면모는 단지 신데렐라 뿐 아니라 그녀의 새엄마는 물론 그녀의 계자매들에게도 똑같이 담겨있다. 단지 왕자와의 결혼만이 최종적인 승리이며 모든 것의 해결법인 것처럼 다룬 기존의 동화는, 그렇기에 동화로써 흥미롭고 여전히 읽힐만한 가치가 있기도 하지만 많은 환경이 달라진 현대와는 거의 맞지않는 죽은 동화에 가깝다.

그래서 저자는 그것을 완전히 새롭게 썼다. 신데렐라는 더 이상 왕궁을 꿈꾸고 왕자의 선택에 의한 신분상승에만 기대는 소녀가 아니다. 스스로 나서서 찾고있는 여자는 자신이며 유리구두는 자기 것이라고 밝히지도 못하다가 남에게 떠밀려서나 간신히 유리구두에 발을 넣어보는 수동적인 인물 역시 아니다. 당당하게 자기 의견을 밝힐 줄도 알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향해갈 줄도 안다.

단지 신데렐라만 그런 게 아니라 그녀의 계자매나 왕자까지 새롭게 써낸 것도 특징적인데, 그게 이 이야기가 단지 신데렐라의 신분상승을 그린 것이 아니라는 걸 더 두르러지게 한다.

왕자가 농부를 한다던가, 결국 계모는 구원받지 못한다던가 하는 어색하거나 한계가 엿보이는 점도 있으나 그래도 이 정도면 꽤 적당히 원작을 현대에맞게 잘 개작한게 아닌가 싶다.

이야기 외에 책에 담긴 아서 래컴의 실루엣 일러스트도 눈에 띄는데, 예전 판화때의 느낌이 살아있어서 옛스러우면서도 섬세한 선과 조형이 잘 살아있어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기존의 이야기를 위해 그린 삽화를 그대로 가져다 쓴 것이라 딱히 이 작품을 위해 그린 것도 아니고 심지어 이런 내용을 염두에두고 그린 것도 아닌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어울린다는 게 신기하다.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