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카펫 위의 신데렐라’는 국제 결혼을 소재로 한 동화같은 그림책이다.

표지

그림책의 형태를 하고 동화처럼 이야기를 풀어내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저연령층을 위한 책은 아니다. 아이들도 알 수 있는 국제결혼의 상식 처럼 볼 여지도 있으나, 어른들이 주가되는 결혼을 소재로 하고, 국제결혼의 과정이나 그 후 일어날 수 있는 문제 등을 다루기 때문에 그보다는 어른을 위한 것에 더 가깝다.

그런만큼 국제결혼의 주요 이슈들도 나름 제대로 담고있다. 결혼에 나름 거액의 돈이 필요하다는 게 ‘매매’를 연상케 한다는 점이나, 시집온 상대 측에서 자신의 부모에게 돈을 부쳐주길 바란다는 것이 조건계약같이 보인다는 점, 겨우 몇번의 짧은 만남 후 바로 결혼해서 그런지 살다보니 서로 맞지 않는 경우도 많고, 결혼 후에도 의사소통이 쉽지 않다는 점과, 단순히 문화차이 뿐 아니라 경제나 생활 관념, 더 나아가서는 결혼에 대한 생각 자체가 어긋난 경우도 보여준다. 이것들이야 말로 간과하지 않아야 하는 국제결혼의 실제 일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는 국제결혼을 긍정적으로 그린 것이다보니 그런 문제들을 개인의 차이나 서로간의 오해 정도로 얼버무리고 깊게 다루지는 않으며, 주인공들의 이야기도 너무 동화처럼 쓰여진 면이 있다. 제목부터가 왜 ‘레드카펫 위의 신데렐라’인지 알 것 같달까. 모든 것을 무한 긍정으로 받아들이는 어머니의 존재는 더욱 그러해서, 이 책의 내용이 현실감은 좀 떨어진다고 느끼게 한다.

이야기를 그림책 형식으로 담아낸 것 까지는 나쁘지 않으나, 어른을 위한 책인데도 “ㅠㅠ”나 “ㅎㅎ”, “ㅋㅋ”, “^^” 같은 인터넷 표현과 이모티콘을 쓴 것은 호불호가 갈리며, 기껏 대화에 초상화를 썼으면서도 대사의 감정이 담겨있지 않은 것을 단순히 붙여넣기만 한 것도 좀 별로다. 그런 가벼움을 더하느니, 차라리 국제결혼에 대한 정보를 더 자세히 싣는게 낫지 않았을까.

초상화 / 이모티콘

‘미래 지향적인 여성’이라는 표현도 혼란스럽다. 왜냐하면 작품에는 오직 남편에게 전적으로 기대는 수동적인 여성상만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 어디에서 미래 지향적인 면모를 찾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팔려왔다’는 것을 부정하고 그들을 긍정적으로 묘사하려는 마음이야 이해하겠으나 이런 느닷없는 페미니즘은 뜬금없고 아쉽다.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