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드로 다베니아(Alessandro D’Avenia)’의 ‘나는 너를 기다리고 있었다(Ciò che inferno non è)’는 이탈리아 마피아에 대항하는 활동을 했던 주세페 피노 풀리시(Giuseppe “Pino” Puglisi) 신부를 소재로 한 소설이다.

표지

다시 말하지만 이 책은 “소설”이다. 어느정도 그의 말과 행적을 참고로 했겠지만, 많은 것들은 작가가 상상해서 쓴 것이다.

배경은 1993년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Sicilia) 섬의 팔레르모(Palermo), 그 중에서도 가장 가난한 동네라는 브란카치오(Brancaccio)다. 이곳은 법보다 마피아가 더 깊게 뿌내린 곳이다. 그곳에서 태어나 신부가 되어 다시 돌아온 피노 신부는 아이들이 그 영향에서 벗어나 눈물을 멈추고 자신의 가치를 찾을 수 있으려면 학교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모금을 하는 한편 계속해서 관청에 허가 신청을 낸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하지가 않다. 관청이 허가를 내주지 않는것은 물론, 학교를 위해 사고자 하는 곳은 가격이 2배 이상 올랐으며, 마피아들은 그를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본다. 그는 그 지역에서 거의 예외라 할만한 반 마피아 운동가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희망을 잃지 않고 끝까지 노력한다.

그렇다. 이 소설은 2013년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시복1된 피노 신부의 일종의 순교기다. 그래서 꼭 재미있지만은 않다. 그보다는 피노 신부의 생애를 돌이켜보면서 그의 가르침을 되새기고, 또 마피아 체제의 잘못을 꼬집는 조금은 시사적인 면도 있는 책이다.

묘사나 그런 것들에서 상당히 현실감도 느껴지는데, 여기에는 실제로도 피노 신부의 제자였다는 저자 자신의 경험도 한몫 했을 듯하다. 그래서인지 조금은 청춘물 느낌도 난다.

문장은 잘 읽히는 편이어서 다소 암울하고 무거운 내용이 350여쪽 이어지지만 그렇다고 지루하거나 하진 않았다.

다만, 단어를 좋아하는 주인공이 이탈리아어를 이용해 말장난을 하며 노는 장면은 언어적 공감대가 없어 좀 그랬다. 한국어로 마땅히 번역하기도 어려워서 그런지 어색하기도 했다. 아쉽다면 아쉬운 점이다.

원작 표지

표지를 바꾼것도 좀 아쉽다. 작가가 뒷 이야기에서 표지에 대해서도 언급하는데, 한국어판에는 그 표지를 쓰지 않았기 때문에 엉뚱한 소리를 하는게 되버렸다. 내지에라도 좀 실어주지 그랬나 싶다.

  1. 시복(諡福, Beatificatio)이란 기독교에서 어떤 사람을 ‘복자(il beato/the Blessed)’로 인정하는 행위를 말한다. (위키백과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