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 에토(森 絵都)’의 ‘클래스메이트(クラスメイツ〈前期〉〈後期〉)’는 풋풋한 중학생들의 성장을 그린 연작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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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참 귀여운 나이다. 갓 초등학생을 벗어나 이제 막 아이에서 청소년으로 변해가는 과정에 있는 이들은 작은 것 하나에도 뭐가 그리 좋은지 크게 웃음을 터트리는가 하면 작은 것 하나로도 크게 마음을 상하기도 하는 여린 존재들이다.

그렇기에 다른 사람이 볼 때는 무슨 걱정이 있을까 싶은 이들에게도 여러가지 고민들이 있고, 그것을 새롭게 들어선 낯선 환경에서 새로운 친구들과 인숙해져가며 더 고민하고 체념하거나 이겨내기도 하면서 조금씩 성장해 나간다.

이 작가는 정말이지 그런 부분을 잘 풀어낸다. 별 거 없어 보이는 일상들을 이어가면서도 그 속에 각자의 사연이 드러나도록 이야기를 짤 뿐 아니라, 그게 전혀 억지스럽거나 어색하지 않게 전개나 연결도 잘 하며, 무엇보다 누구든 한번쯤 해봤을법한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쉽게 공감도 할 수 있게 한다. 그래서 같은 나이대라면 몰입하게 하고, 이미 그 시절을 지난 사람들에겐 추억이 되살아나게 만든다.

총 24명인 1학년 A반 아이들의 이야기를 한명씩 돌아가면서 하는 연작 소설로 쓴 구성도 좋았다. 이게 예상외로 여러 장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중 하나가 사연의 집중도다. 몇몇 아이들만을 주인공 무리로 설정할 경우엔 그들에게 지나치게 많은 이야기가 집중된다. 그래서 도저히 보통으로선 겪을 수 없는 사연이 한 사람에게 쌓이게 되고, 그게 등장인물을 평범하지 않은 사람으로 만들어 공감도를 떨어뜨린다. 대게의 순정만화 주인공들이 그런 것처럼 말이다. 소설 속 아이들은 많아야 두어개 정도의 사연만을 갖고있어 흔하고 평범하다. 마치 내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사건도 훨씬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현실은 어떤 사건이 벌어져서 커지고 해소되는 과정이 연이어 있지도 않으며 투명하게 드러나지도 않는다. 하지만 소설은 그럴 수가 없기 때문에 신적인 관점으로 기술하거나 뛰어난 인물을 등장시켜야만 한다. 이 소설은 여러 아이들의 이야기를 연작으로 실었기 때문에 실으면서 그걸 자연스럽게 처리했다. 한 아이의 시점에서 있었던 사건의 뒷 이야기를 다른 아이의 시점에서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각자의 이야기는 서로 독립되어 있다고도 볼 수 있는데, 이런 면 때문에 전체 이야기는 또한 하나로 이어진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게 이 소설을 몇몇 아이만이 중심이 이야기가 아니라 1학년 A반 클레스메이트 전체의 이야기로 만들어준다.

새로운 학교, 학년, 반에 대한 약간의 두려움에서 만남의 만족과 헤어짐의 아쉬움을 남기는 마지막까지로 이어지는 소설의 구성은 그래서 굉장히 꽉 차 있다는 느낌을 들게한다. 풋풋한 아이들의 가벼운 이야기 뿐 아니라, (수위를 많이 낮춘 것 같긴 하지만) 때론 무거운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더 그렇다. 그 덕에 아이들의 고민이나 성장도 더 잘 와닿는다.

수가 많다보니 몇몇 아이는 마치 징검다리처럼 그냥 건너가는 것 같아서 좀 아쉬움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정말 만족스러운 소설이었다.

작가의 다른 책도 상당히 감탄하며 봤었는데, 과연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작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