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쇼이블레(Martin Schäuble)’의 ‘클린랜드(Cleanland)’는 팬데믹을 소재로 한 SF 소설이다.

표지

팬데믹은 SF 소설에서 디스토피아의 계기로 흔히 차용하는 소재다. 그래서 이 소설에서 그린 미래상도 그렇게 낯설고 신선하거나 하지는 않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좀 더 숨막히고 소름끼치는 느낌이 드는데, 좀 더 상상에 의존했던 예전과는 몇가지 달라진 점이 있기 때문이다.

공중보건을 위한 규칙이나 장치들이 현실적이고 꼼꼼하게 그렸다는 게 그 하나다. 소설에서 보여주는 여러 보건을 위한 장치들은 비록 조금 더 강화되었고 미래적인 상상력이 덧붙기는 했지만 대부분 현재도 시행하고 있는 구체적인 방역 절차들을 거의 그대로 살린 것이다. 그래서 그 효용성은 물론 그것들을 일상적으로 시행했을 때의 불편함도 쉽게 와닿는다.

또 하나는 우리가 현재도 공중보건에 신경쓰는 팬데믹 시대를 겪고 있다는 거다. 때문에 소설 속 이야기들이 자연히 현실에서의 경험을 떠올리게 하고, 그것이 꽤 높은 몰입감으로도 이어진다. 이런 점에서 현재의 방역 방식에서 발전한 형태의 보건 시스템을 그려낸 건 참 좋은 선택이지 않았나 싶다.

강력한 공중보건의 추구가 무엇을 가져올 것이며 반대로 무엇을 잃게 만들 수 있는지도 꽤 잘 담았다. 견고한 사회가 주는 안전성과 그것이 불러올 수 있는 악영향도 그럴듯하며, 인간을 위해 만든 시스템이 인간을 지배하게 되는 것이나, 자유와의 대립같은 나름 고전적인 구도도 나름 재미있었다. 그를 통해 포스트 팬데믹 시대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것도 의미있다.

다만, 이야기로서는 조금 아쉬운데, 어설픈 부분들이 여럿 눈에 띄기 때문이다. 중요한 부분을 급작스런 만남으로 급격하게 끝내버린다던가, 난데없는 반전으로 목적이 상실되어버리는 (그래서 허탈해지게 만드는) 것이 대표적인 단점이다.

엄마, 할머니와 관련된 이야기도 좀 부족해서 몇몇 부분에 의문을 남기는데, 이게 이야기를 뭔가 이상(또는 엉성)하다고 느끼게 한다.

엔딩 역시, 제 아무리 복선이 있었다고는 하나, 그간의 전개와는 좀 동떨어진 것이어서 이야기를 정리하려고 억지스럽게 붙인 느낌도 든다. 아니, 막말로, 그럴 거였으면 혼자 왔으면 안됐지 않나.

조금만 더 보충하고 가다듬었으면 훨씬 나았을 것 같아 아쉽다.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