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 타일러(Anne Tyler)’의 ‘클락 댄스(Clock Dance)’는 인생의 또 다른 시작을 잔잔한 문체로 그려낸 소설이다.

표지

대체 어떤 소설일지 궁금했다. 제목인 ‘클락 댄스’는 무엇이며, 수십년의 세월에 걸쳐서 작가가 하려는 이야기는 또 어떤 걸일지 말이다.

두번째 인생을 그리는 많은 이야기들이 그것을 좀 더 확실히 보여주기 위해서 극적인 변화를 선택하는 것에 비하면 이 소설은 점잖은 편이다. 그저 한 인간의 인생을 중요한 부분만 꼽아서 보여주는데 심지어 어디에나 있을법한 흔하고 딱히 두드러지는 게 없는 인물인지라 그의 이야기는 다소 심심하기까지 할 정도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그가 놓쳤던 것이나 왜 그렇게 했는 물론, 늙으막에 이르러서도 다시금 해보고 싶어하는지 역시 꽤 공감이 가게 한다.

생각해보면 소설을 크게 2부로 나누어 이야기를 풀어낸 게 더 그렇게 만들지 않았나 싶다.

소설은 총 4개의 시간대를 다루고 있는데, 주요한 이야기는 대부분 2부인 2017에 담겨있다. 1부인 1967, 1977, 1997은 그걸 위한 밑밥 깔기라고 할 수 있는데, 각각은 이야기가 짧고 시간차고 있기 때문에 이야기가 매끄럽게 연결되지도 않으며 그 덕에 몇몇은 지나친 맥거핀처럼 보이게도 한다. 그게 1부를 ‘굳이 필요했나’ 싶어 보이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게 있었기에 2부에서 보이는 주인공의 행동이나 결정들에 미묘한 개연성을 안겨준다. 대놓고 그리지는 않았기에 똑부러지게 ‘이거다’하는 것은 없지만, 보면 충분히 그럴만도 하지(그럴때도 됐지) 싶게 만든다는 말이다. 이런 점은 참 묘하게 잘 썼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픽션으로서 얼마나 잘 짜여져 있느냐고 한다면 썩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그 미묘함을 쌓기 위해 적당히 버려지는 것들도 많기 때문이다. ‘지나친 맥거핀 같다’고 한 것도 그래서다. 그게 더 현실적인 인생 이야기처럼 보이게도 한다만, 대신 그렇게까지 만족스러움을 남기지도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