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 프루(Annie Proulx)’의 ‘브로크백 마운틴(Close Range: Wyoming Stories)’은 미국 서부 와이오밍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들을 엮은 단편집이다.

표지

소설집의 제목 ‘브로크백 마운틴’은 영화화되어 유명해졌으며 책에도 수록되어있는 동명의 단편에서 가져온 것이다. 한국의 경우 단편집의 제목을 수록작 중 하나에서 가져오는 경우가 많고, 워낙 이 작품이 유명하다보니 그렇게 한 것 같은데, 사실 소설집의 제목으로는 원제가 훨씬 적절하다.

‘와이오밍 이야기’라는 원제가 말해주는 것처럼, 이 소설은 와이오밍이란 곳의 배경과 그 거칠고 힘겨운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있다. 실제로 와이오밍에 거주하며 살기도 했어서 그런지 여러가지 면모들을 잘 담고 있는데, 전체적으로는 참 어둡고 칙칙하며 미래따윈 없다는 그런 느낌을 남긴다.

그건 단순히 와이오밍의 거친 자연환경 때문만은 아니다. 그 곳에서 거칠게 살며, 때로는 서로에게마저 모질게 대하는 인간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까지 옛날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작중에 나오는 몇몇 일면들은 한국 사람에겐 꽤 충격적으로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이야기도 그런데, 작가는 거기에 글 마저도 좀처럼 쉽게 쓰지 않았다. 안그래도 그리 친숙하지 않은 곳을 배경으로 하는데, 심지어 일부 단편에서는 화자와 이야기, 장소가 불친절하게 오가기도 하기 때문에 흐름을 따라가기도 어렵고 그래서 이야기가 쉽게 들어오지도 않는다. 오죽하면 번역을 의심했을까.

그래서 처음 읽었을 때는 ‘이게 대체 무슨 이야기지’ 싶을 수도 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깊은 곳에 남는 어떤 묵직함이 있는데, 재차 보고 천천히 곱씹어 보며 그 안에 담긴 인간의 이야기를 음미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해피엔딩이 없는 묵직한 이야기들은 묘한 불쾌감을 남기기도 하는데, 그건 한편으로 실제 인간적인 삶의 모습을 잘 담아냈구나 싶게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