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묵시록’은 가상화폐를 둘러싼 투기와 사기를 담은 만화다.

표지

개인적으로 가상화폐에 부정적이다. 실질적인 가치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현재의 화폐는 황금 교환권이라는 실물 가치에 기반을 둔 것인데다 국가가 그 가치를 보장해준다는 신뢰에 의해 기능하는 것이지만, 가상화폐는 실제 화폐나 물건의 가치에서 비롯된 것도 아니고 그를 대신하는데 사용되거나 하는 것도 아닌데다, 무엇보다 ‘채굴’이라는 기묘한 방식으로 무에서부터 창조해 낸다는 기묘한 정체성까지 갖고있다. 마치 연금술처럼 말이다.

그렇기에 소위 코인이라는 가상화폐는 실물화폐를 대체하거나 그와 유사한 성격, 역할을 수행할 수 있기는 커녕 고작해야 일종의 게임머니에 불과할 뿐이다. 아니, 특정 게임(코인 종류)이라는 테두리에 갖혀있을 뿐 아니라 다른 종류의 재화(아이템 등)로 쉽게 교환할 수 없다는 점에서 오히려 게임머니보다 더 가치가 낮다고도 할 수 있다.

게임 아이템과 게임 머니의 가치를 인정하고 그것의 실거래도 개인의 자유로서 보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도 코인 거래라는 것에는 콧방귀만 뀌는 것은 그런 근본적인 무가치함 때문이다.

그렇기에, 최근의 소위 코인 광풍을 이해하지 못하며, 코인과 코인 시장에 대한 이해도 비교적 부족하다.

그래서 세태를 파악하고 지식을 더하기 위한 목적으로 집어들었는데, 그런 점에서는 꽤나 유익한 책이었다. 그걸 말장난 섞인 만화로 구성도 잘 해서 보기도 좋은 편이다.

코인 자체가 아니라 코인판을 다루는 것이기 때문에 개념적인 것이나 기술적인 것은 거의 없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 즉 정말로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처럼 코인이란 것이 가치가 있고 투자의 대상으로 고려해볼만한지, 과연 코인시장의 수익은 어디에서 와 어디로 흘러가는지 등을 잘 보여주기 때문에 그저 선전문구만 순진하게 믿고 코인시장을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에게 크게 경각심을 줄 만하다.

코인판에서 벌어지는 문제가 전혀 새로울 것 없는 기존 사기수법의 재탕인데도 사람들은 마치 전혀 다른 것마냥 새롭게 믿음을 가진다는 것도 좀 재미있다. 인간이란 어리석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더니.

코인에 대해 무분별하게 희망찬가를 부르짓는 이들이 많다. 그런 이들 중에는 이런 부정적인 것들을 일부 개인의 일탈, 결국 정화될 잠깐의 해프닝으로 얘기하는 인간도 있다. 그런 이들의 선동에 휩쓸리기 전에 읽어보면 좋은 책이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