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벨 룬디(Isobel Lundie)’의 ‘정글에서 색칠하고 찾아보기(Colour By Numbers: Jungle)’는 컬러링과 퀴즈를 결합한 재미있는 책이다.

표지

이 책의 주요 특징 중 하나는 숫자 표기가 있다는 거다. 보통 컬러링 책이라하면 자유롭게 색을 칠할 수 있는 도안만이 수록된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거기에 0에서 9까지 총 10개 숫자를 추가로 더 표기했다.

나는 이걸 보면서 만화가가 어시스턴트에게 후속 작업을 맡기기 위해 어떤 식으로 작업해 달라는 것인지 표시해두는 마크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실제 용도도 딱 그와 같다. 각 숫자는 미리 준비되어있는 ‘색깔 차트’에 따라서 각 부분을 어떤 색으로 칠하면 좋을지를 표기한 것으로 컬러링에 대한 일종의 가이드 역할을 한다.

이것 덕분에 바탕 그림만 보고 적절한 색을 떠올리거나, 연하고 진한 색들을 적절히 나누고 할당하는데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손쉽게 그럴듯한 그림을 완성할 수 있다.

색깔 차트

그림 & 퀴즈

컬러링

심지어 아이들도 쉽게 할 수 있도록, 색을 칠할 부분의 구분이 확실하도록 도안을 만들었고, 개별 부분에 가능한 충실하게 숫자를 달아 어떤 색을 칠할지 막히는 일도 거의 없다.

다만 색을 10가지만 쓰기 때문에 색을 칠하지 않고 흰 바탕으로 두는 부분도 있고, 또 일부는 다른 색이었으면 더 나았겠다 싶은 생각이 드는 경우도 있었다. 쉬운 컬러링을 위한 제한이 조금은 아쉬운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는 얘기다. 그래도 10색만으로 무려 9가지 그림을 모두 칠할 수 있게 한 것이나, 그러면서도 크게 떨어져 보이지 않도록 조합한 점은 꽤 칭찬할 만하다.

색을 칠하는게 그림과 관련된 퀴즈의 답으로 이어지는 것도 재미있는 요소다. 질문은 색을 칠하기 전에는 쉽게 답을 파악하기 어려운데, 색을 다 칠하고 나면 금세 눈에 띌 정도로 쉬워서 색을 칠하는게 감춰진 요소들을 드러낸다는 느낌도 준다. 숨은 그림 찾기처럼 복잡한 그림이 아닌데도 마치 숨은 그림을 찾는 것 같은 느낌을 이끌어 내는게 꽤 재미있다.

단점이라면 모두 2쪽에 걸친 그림인데도 완전히 펼 수 없으며 반 접는 방식으로 제책을 해서 가운데가 일부 짤리고 그 부분은 색을 칠하기도 껄끄럽다는 거다. 차라리 그림을 나누지 않고 1쪽에 모두 담을 수 있게 판형을 키우는건 어땠을까. 또는 그림과 퀴즈를 앞장과 뒷장으로 나눠 따로 배치했다면 책 자체는 크게 키우지 않으면서도 보기도 괜찮고 색을 칠할때도 편했을텐데, 그런 것까지 고려해서 만들지 않은 것에는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컬러링 자체는 꽤 만족스러웠으며, 거기에 버무려진 얼핏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퀴즈들도 꽤 괜찮았다. 다른 시리즈가 있다면 더 만나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