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키 유키(伊吹 有喜)’의 ‘컴퍼니(カンパニー / Company)’는 직장과 가정의 문제로 절망의 바닥까지 떨어졌다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다시 일어서는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표지

소설에는 크게 2명, 바닥에 떨어진 인간이 나온다. 가정 문제를 겪는 중에 퇴출을 전제로 발레단 홍보 일을 떠맡은 ‘아오야기 세이이치’가 그 하나고, 올림픽 선수라는 프로젝트의 트레이너로 일하다 갑작스런 일로 좌초되어 경력은 물론 회사내의 위치까지 위험해져버린 ‘세가와 유기’가 다른 하나다.

이들은 모두 일종의 절망을 안은채로 없어져 버릴지도 모르는 발레단에 흘러와 마지막이 될지 모를 홍보 이벤트를 위해 일하게 된다. 그러면서 ‘세계의 연인’이라는 발레리노 다카노나 무대에서 좀처럼 실력발휘를 하지 못해 묻혀져있는 미나미, 2군 아이돌에서 1군으로 날아오르려 하는 나유타 등 각자의 문제와 사정을 안고있는 사람들을 만나 부대끼면서 최고의 무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발레를 소재로 하는 소설이라지만 막상 발레 이야기나 묘사는 그리 많이 나오지 않는데도 소설을 보고나면 마치 한편의 발레를 본 듯 벅차오르는 감정이 느껴지는 것은 작가가 그 과정을 정말 잘 그려냈기 때문이다. 때론 답답하다 느낄 정도로 이상한 행동과 인물들이 등장하기도 하고, 조금은 억지스러운 면도 없는 것은 아니나, 그런 것 조차도 한편의 잘 짜여진 기승전결을 위한 장치였다고 느껴질 만큼 만족스러웠다.

이는 이 소설이 기본적으로 선한 과정과 결말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열정적으로 사랑하고 노력한 사람에게는 그에 걸맞은 소정의 결실이 주어진다는 걸 보여준다는 얘기다. 그래서 조금은 비현실적인 느낌도 있는데, 그래도 그건 전혀 어처구니 없는 황당함이 아닌 동화같은 따뜻함으로 다가온다.

일본소설이라그런지 때론 감정을 너무 자제하는 건 아닌가, 좀 더 드러내도 좋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긴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신파 등 감정과잉으로 치닫지 않고 등장인물같의 감정을 미묘하게 묘사한게 꽤 마음에 들었다. 이건 이야기의 결말과 함께 이들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그려보게도 해 묘하게 남는 여운을 주기도 했다.

아쉬운 점은 번역이 꽤 걸린다는 거다. 이름 등에서 거센소리를 꺼려하는 것1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말투가 그렇다. 일본은 반말/존댓말을 어떻게 쓰는지 있어서 한국과 문화적인 차이가 있는데, 이 책에서는 그걸 그냥 단순하게 번역해 놓은 모양새기 때문이다. 그러니 같은 사람과 얘기하고 있는데도 반말을 했다가 존댓말을 했다가 왔다리 갔다리 해서 대체 지금 뭐하자는 건가 싶기도 했다. 번역할 때 각자의 나이나 위치, 성격에 따라 적절히 맞춰줬어야지, 일본의 반말/존댓말 문화를 생각해 해독해가며 책을 읽는 사람이 대체 어디 있겠나. 그렇다고 내용을 이해하는데 지장이 있는 것 까지는 아니나, 조금만 신경 썼다면 될 것이었기에 못내 아쉬움이 남는다.

  1. 예를 들면, 유키를 유기로, 타카노를 다가노로 쓰는 식이다. 일본어 이름을 한국어로 표기할 때 거센소리 대신 예사소리를 쓰는 것은 많이 있는 일이긴 하나, 이 책의 역자는 특히 더 그런 듯하다. 개인적으로 거센소리를 그대로 쓰는걸 선호해서인지 더 눈에 띄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