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의 문화사’는 과거 선조들이 주고받았던 선물을 통해 당시의 시대상이나 사람살이 등을 살펴보는 책이다.

표지

나는 사실 선물과 별 인연이 없는 사람이다. 딱히 기념일을 중시하거나 챙기는 가풍에서 자란 것도 아니고, 나 개인적으로 그러한 것에서 큰 의미를 느끼거나 경험하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선물을 다룬 이 책은 나에게 상당히 거리감이 있는 것이기도 하다.

대신, 이 낯설음은 반대로 더욱 흥미롭게 다가오기도 한다. 심지어 개인적으로도 관심이 있는 과거의 물건들을 살펴보고, 거기에 얽힌 이야기를 담아낸 것이라서 더 그렇다.

지금과는 다른 선물의 위치 등을 보는 것도 의외로 재미있다. 너무 흔해져서 받아도 썩 달가워하지 않는 물건이 당시에는 얼마나 큰 의미를 지녔으며 그래서 선물로서의 가치가 높았는지를 보면 참 선물이란 얼마나 시대에 따르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새삼 든다.

저자가 정리한 선물과 관련한 문화는 꽤 매력적인데, 받으면 답례를 한다는 것을 넘어서 받은 선물을 나누어 쓴다는 것이라던가, 이를 통해 나라 경제가 돌아가는가 하면 많은 사람들이 유용하게 쓸 물건을 전체적으로 공급한다는 사회적인 면도 있었다는 건 쉽게 선물에서 떠올릴 수 있는 것은 아니라서 흥미로웠다.

오늘날에는 ‘선물’하면 자연히 ‘뇌물’도 함께 떠올리게 되는데, 과거에도 그러한 면이 있었다는 것은 좀 씁쓸하기도 했다. 잘못된 것임을 알면서도 그것이 나아지거나 없어진게 아니라 시대를 넘어서 되풀이되는 것 같아서다.

그렇기 때문에 선물이란 마음이고 정성이라는 선물의 본질을 중요시 한 이야기가 더 가슴이 와닿았는데, 그런 마음만은 ‘물질만능주의 시대’라고도 하는 현재에 와서도 잃지 않았으면 하고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