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들 삽질하겠습니다’는 네명의 아빠가 모여 놀이터를 만들고 이용하면 느낌 점들을 담은 책이다.

표지

시작은 아이들의 놀이 공간에 관한 고민이었다고 한다. 시설은 부족하지, 미세먼지는 숨막히지. 그래서 생각한게 ‘그럼, 만들어볼까?’였다.

이건 이들 중 일부가 시골에 ‘렌트 하우스’를 지을 예정이었기에 가능한 거였다. 즉, 지낼 공간과 거기서 누릴 수 있는 시설(수영장 등)이 생길 것이었으며, 심지어 여분의 땅도 있었으니, 그러면 우리가 삽질 한 번 해보자는 거였던 거다. (이는 반대로 렌트 하우스를 위한 놀이터를 만드는 것이기도 했을 것이다. 이 책이 단순히 좋은 경험의 공유 뿐 아니라 렌트 하우스의 광고도 겸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터가 원래 그럴만한 땅이 아니었던 바. 주변을 정리하고, 땅을 뒤엎고 고르고, 고생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그러다보니 업자에게 맡기면 뚝딱 해결될것을 무려 7,8개월 가량에 거쳐 천천히 완성한다.

대신 얻은 것도 있다. 우선 완성했다는 만족감이다. 오로지 아이들을 위한 것이란 점도 크다. 처음부터 자기 자식이 놀 곳을 만들려고 한 것이다보니 하나하나 얼마나 정성을 다했는지 느껴진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놀이를 제공하는 곳이 아닌 놀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는 것도 장점이다. 실제로 놀이터 풍경은 얼핏 간략해 보인다. 그저 몇가지 기구가 놓여있는 모양새기 때문이다. 대신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자연을 충분히 느낄 수 있게 만들어졌다는 것이 좋다. 후에 아이들이 즐겁게 놀았다는 걸 보면 실제로도 어느정도 의도가 통했던 모양이다.

책을 보면서는 대단하다고 느끼는 한편 부럽기도 했다. 이렇게 직접 놀이터를 만든다는 게 그렇게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이 아낌없이 투자했던 돈과 시간, 능력 모든 면에서 그렇다. 웬만하면 따라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교훈은 그런게 아니다. 가족을 위해서 뭔가를 한다는 것. 그리고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것. 그런게 아닐까.

책은 놀이터 제작기를 하나로 만들지 않고, 넷으로 나누어 네 아빠의 이야기를 각자 실었는데, 이것도 나름 재미있는 편집이었다. 같은 일을 하면서도 서로 조금씩 다른 경험과 감상을 갖는게 보여서다. 각 아빠들의 이야기 끝에 인터뷰를 실은것도 나름 의미있었다.

처음 생각했던 ‘제작기’와는 달리 제작기라기보다는 감상기에 더 가까웠지만, 그래도 나름 볼만했다. 다만 그런만큼 작업 내용이나 사진이 적어 어떤식으로 작업을 진행했는지 볼 수 없는것은 조금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