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감시 구역’은 특별한 모험 등이 아닌 평범한 일상을 주제로 한 SF 단편집이다.

표지

일상이란 늘 우리 주변에 있는 것, 그렇게 우리는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의 일상이 사라지거나, 갑작스레 변화할 것이라고는 생각치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지루하게 여기기도 하며,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을 접하고 싶어하는 욕구를 갖기도 한다.

하지만, 막상 그 일상이 크게 일그러졌을 때 우리는 어떻게 될까. 바라던대로 일상을 벗어났다며 기뻐할까, 아니면 혹시 되돌아 올 수 없는 일상을 아쉬워하며 그제야 그 지루함의 소중함을 느끼게 될까.

그런 점에서 미래의 일상을 주제로 한 이 단편집을 꽤 흥미롭다. 수록작 중에는 먼 미래에는 이런 일상도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을 그린 가벼운 것이 있는가 하면, 흔들리는 일상의 위험을 그린 것이나 어떤 일상을 움켜쥘 것인가를 다룬 것도 있다.

그 중에서 특히 마음에 들었던 것은 ‘살인게임’인데, 인간 본성에 대한 철학적인 이야기도 매력적이고 그걸 SF적인 아이디어로 그려낸 것도 잘 어울려서 좋았다. 다만, 그렇기때문에 더 끝부분의 얼버무리는 듯한 전개와 급한 마무리는 아쉽기도 했다.

이렇게 조금씩 아쉬움이 남는 것은 다른 단편들도 마찬가지였는데, 그래도 단편집 전체적으로는 나름 만족스러웠다. 짧은 분량에도 4개의 단편이 모두 각자만의 맛이 있어서 거기에 담겨있는 SF적인 아이디어와 이야기를 보는 것도 재미있고 그래서 단편집을 읽는 내내 지루하지 않기 때문이다.

당초 주제였던 ‘일상’이 그렇게 제대로 부각되지 않은 것은 아쉽지만, 꽤 볼만한 SF 단편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