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츠 유키노부(龍 幸伸)’의 ‘단다단(ダンダダン) 1’은 오컬트를 소재로 한 코미디 액션 판타지 만화다.

표지

책 소개만 보면 좀 거부감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오컬트라는 요소를 상당히 강하게 밀어붙여서다. 이게 조금은 ‘난 그정도는 아닌데’ 싶게 만들어, 이걸 보면서 과연 재미를 느낄 수는 있을까 의구심이 일게도 한다.

그러나, 딱히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 만화는 오컬트라는 다소 마이너한 소재를 뿌리부터 포장까지 대거 사용하긴 했다만, 그것들을 그대로 가져와 본격적인 오컬트물로 만든 게 아니라 그저 기본 소재로써만 사용했을 뿐 완전히 소화한 다음에 작가 자신만의 것으로 새롭게 그려낸 것이라서 오컬트 만화라기보다는 오히려 왕도 액션물에 훨씬 더 가깝기 때문이다. 도저히 이길 수 없을 것 같은 적과 마주하고서도 자신들이 얻은 힘과 적들의 뿌리칠 수 없는 특성을 이용해 파훼해나가는 이야기는 솔직히 오컬트적이라 하기에는 지나치게 대중적이다.

이야기를 전형적인 클리셰들을 붙여 만들었기에 더 그렇다. 덕분에 이 만화는 처음 보는 것인데도 굉장히 익숙하고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도 다소 뻔한 면이 있다.

그런데도 그게 딱히 부정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데, 그건 작가가 그만큼 클리셰들을 적절하게 잘 사용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또 그거냐’라는 식상함이 아니라, ‘믿고있었다구’에 더 가까운 약속된 전개를 보며 두근거림도 느낄 수가 있다.

이건 물론 클리셰 뿐 아니라 작품만의 개성이라 할 수 있는 점 역시 살아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귀신과 외계인 그 자체를 잘 그리기도 했을 뿐더러 그들에게 몇가지 설정을 더해 흥미를 더했다. 이건 이들에게서 어떤 일관된 세계관을 느끼게 만들기도 한다. 마치 별개의 존재인 것처럼 나오는 귀신과 외계인이 막상 하는 짓 등은 비슷하게 그려진 것이 대표적이다. 혹시 작품 속 외계인이란 것들은 어쩌면 외계인이라 분류되는 귀신의 한 종류인 건 아닐까. 이런 존재나 관계에 대한 의문과 미스터리들이 앞으로 어떻게 풀려나올지도 눈여겨볼 요소다.

진행에 막힘이 없어 지루할 틈이 없는데 그러면서도 전달력이 좋아서 따로 설명충을 등판시키지 않고도 세계관이나 이야기가 잘 들어오는 것도 장점이다. 이것이야말로 이 작품을 왕도물의 일종으로 여기게 만드는 요인이다.

나름 유명작들에 참여했던 작가라 그런지 액션도 시원하고 작화도 꽤 수준급이다. 독특한 구도 때문인지 몇몇 장면에선 다소 어색한 감이 있기도 하지만, 마치 영상물을 보는 것 같은 카메라 워크나 연출이 전체적으로 좋다할만한 수준이며 액션감도 잘 살아있다.

빵빵 터지는 것은 아니나 코미디 요소도 나쁘지 않은데, 이게 다른 부분과 이질적이지 않고 잘 어울려있기 때문에 만화를 전체적으로 유쾌한 볼거리로 만들어준다.

소재를 오컬트로 광범위하게 잡았기 때문에 장기 연재의 가능성도 충분하고, 잘하면 오랫동안 즐길만한 수작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후가 기대된다.

참고로, 작품을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첨언하자면, 절대 전자책으로는 사지 마라. 대체 왜인지 모를 검열 칼질을 많이 해놔서 도저히 봐줄 수가 없다. 그나마 다행히 종이책에는 그런 문제가 없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