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노 히로미(佐野 広実)’의 ‘누군가 이 마을에서(誰かがこの町で)’는 동조 압력을 소재로 한 사회파 미스터리 소설이다.

표지

동조 압력(Peer Pressure)이란 특정 집단에서 암묵적으로 다수 의견에 맞추도록 강제하는 것을 콕 집어서 말하는 것이다.

사실 애초에 동조(Conformity)라는 것 자체가 그렇게 긍정적으로 사용되는 것이 아니다. 원래의 자신을 잃고 몰개성하게 변하거나, 의지와 상관없이 휩쓸리는 것을 일컫는데 많이 사용하기 때문이다. 동조실험이라는 것도 대부분 개인이 다수에 굴복하는지, 어떤 식으로 굴복하는지, 굴복하기까지 어느정도의 강도(횟수 등)를 필요로 하는지 따위를 연구하는, 굴복 실험인 경우가 많다.1

동조는 복종(Compliance)과 쌍을 이루어 나타나며, 그렇게 형성된 집단은 다른 소수에 동조 압력을 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이렇게 형성된 집단에서는 뜬금없거나 잘못된 것도 쉽게 공통의 규칙으로 자리잡거나 진리로 탈바꿈하게 되기도 한다.

말하자면 소외와 불이익 등에 대한 두려움과 도피에 기반한 일종의 세뇌인 셈이다.

이것은 어떻게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그릇된 것들을 방치하고 심지어 거기에 동참하기도 하는지를 잘 설명한다.

저자는 그것을 한 마을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하면서도, 단지 그런 (어떻게 되면 조금 폐쇄적인 시골같은) 특별한 지역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훨씬 개방되어있고 일상적으로 접하는 사회 일반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음을 여러 등장인물들 통해 보여줌으로써, 이것이 얼마나 다양하게 심각한 문제들을 일으키고 있는지를 잘 느끼게 한다.

집단 따돌림과 괴롭힘, 집단 내 불이익, 희생양과 꼬리 자르기 등 전쟁같은 것 없이도 인간은 얼마든지 꽤 간단히 잔인해진다.

‘악은 평범(Banality of evil)’하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1. 밀그램의 복종 실험(Milgram experiment), 스탠퍼드 감옥 실험(Stanford prison experiment)이 대표적이다. 실험 자체는 후에 논란이 있기도 했지만, 기본 아이디어는 나름 여러 사회 현상들을 잘 설명해주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