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검사 1’은 현직 검사가 쓴 검사 소설이다.

표지

솔직히 좀 걱정도 했었다. 소설이라는게 그렇게 쉽게 쓸 수 있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전문 소설가조차도 어이없는 구멍이나 전개로 실망시키고, 마뜩잖은 결론을 뱉어내곤 하지 않던가.

그래서 더욱 놀랐다. 이렇게까지 잘 짜여져 있을지는 몰랐어서다. 선곽 악, 양 극단에 서는 일이 많은 검사라는 캐릭터를 (모 TV드라마가 변호사를 그런 식으로 다뤘던 것처럼) 좀 더 다면적으로 그린 것도 좋았는데, 거기에 시각장애인이라는 요소까지 굉장히 매력적으로 더했고, 그로인해 한번 좌절했던 그가 변화해 가는 것이라던가 그 과정에서 새롭게 쌓아가는 인간관계도 흥미로우며, 마치 새롭게 시작한 듯 검사실에서의 일을 조금씩 처리해 나가는 것도 재미있게 잘 풀어냈다. 그런 덕분에 흡입력도 꽤 좋다.

시각장애인 요소 역시 적절한 수준으로 잘 녹여냈다. 이런 요소는 이야기에 신선함을 가미해 흥미를 더해주기도 하고, 또한 사회에 잘 알려지지 않은 면을 소개하는 역할도 한다. 문제는 자칫 잘못하면 쓸데없는 첨가가 되어 극의 흥미는 흥미대로 떨어지고 쓸데없이 교육적이 되어 읽는데도 영 불편한 글이 되기 쉽다는 거다. 하지만, 저자는 그걸 적당하게 나누어 다루면서 조금 더 시각장애나 시각장애인들이 마주하게 될 사회 현실에 대해 자연스럽게 알 수 있게 하는 한편 사고로 시각장애인이 된 주인공을 조금씩 알아가게 하는 장치로도 잘 사용했다. 이는 또한 전에는 몰랐던 것을 새롭게 배워나가야 하는 요소라 주인공의 성장을 드러내 보여주는 가장 쉬운 장치이기도 했다.

사건을 파헤쳐나가는 이야기도 재미있다. 관계자의 이야기를 통해 (물론 독자들에겐 모든 것이 다 그렇긴 하겠지만) 새로운 면모가 드러나게 하는 방식도 괜찮고, 단서를 찾아내고 그를 통해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것 역시 의외로 제대로 된 추리 미스터리의 모양새를 하고 있어 좋았다.

현직 검사가 쓴 책이라 그런지 군데 군데 검사들의 실제 생활이나 일처리 같은 것이 엿보이는 장면도 있다. 비록 실제 수사 현실과는 조금 다르다고는 하나 그 정도만도 쉽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라서 나름 흥미로웠다.

무려 640쪽 정도 되는 방대한 분량이지만 재미는 물론 흡입력도 좋아서 빠져들어 보게 된다. 문장이나 대사도 현대적이고, 장면 묘사도 좋아서 마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시각적인데 그래서 더 그런 듯한다.

2권에서 어떤 완결을 보여줄지 새삼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