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리나 폰 데어 가텐(Katharina von der Gathen)’이 쓰고 ‘앙케 쿨(Anke Kuhl)’이 그린 ‘동물들의 짝짓기 도감(Das Liebesleben der Tiere)’은 여러 동물들의 짝짓기에 관한 이야기들을 담은 책이다.

표지

짝짓기는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 단순하게는 자식을 낳기 위한 성행위를 말하는데, 좀 더 넓게봐서 그에 이르는 행위까지를 아울러 얘기하기도 한다.

각각의 동물들이 어떤 식으로 이성을 유혹하는가 하는 것은 단지 짝짓기에 참여하는 쌍방 사이에만 유의미한 게 아니다. 이건 최종적으로는 각각의 동물들의 특징이나 어떤 생태를 구축하는가까지를 결정하기도 한다.

동물들의 특징은 지속적으로 유사한 형질을 선호함으로써 결정된다. 특정한 모습에 다수 개체가 매력을 느낀다면 그러한 매력을 가진 개체가 선택되어 동일 형질의 후손을 만들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말이다. 때로는 그 선택이 천적들에게 더 눈에 잘 띄게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는 걸 생각하면 보면 사소해보이는 취향이 종족의 미래를 결정짓는 다는 점이 꽤 재미있게 보이기도 한다.

동물들의 짝짓기는 근본적으로는 인간과도 별 다를바 없지만, 그 과정이나 거기에서 보이는 행태가 의외인 면이 있기에 흥미롭다.

특히 사회적인 면에서 그렇다. 어떻게 보면 지극히 효율적이라 하겠으나, 잔인함을 넘어 그로테스크하기까지 한 모습들에서는 모종의 두려움이나 소름을 느끼게도 한다. 그래서 새삼 내가 인간이라는 걸 감사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것들은 인간의 뜻 모를 잔혹함들이 대체 어디에서 온 것인가를 짐작케 하기도 한다. 순수하고 순진하다고 말하기도 하는 어린이들이 때론 그 누구보다 잔혹해지는 걸 보면 더욱 그렇다.

동물들의 짝짓기는 인간의 본성을 알게 해줄 뿐 아니라, 근원적인 사회의 모습을 엿보게도 해준다. 모계 사회를 어렵잖게 엿볼 수 있다는 것도 그 중 하나다.

동물들에게도 자위나 동성애가 있다는 것도 재미있었는데, 이는 인간의 그것 또한 정신적인 일탈이나 지능의 고도화 따위로 인해 ‘생겨난 것’이 아니라 좀 더 원시적이고 자연적인 것임을 알게 한다.

만물의 영장이라고 한다만, 오히려 다른 동물들에게서 배울게 더 많은 것 같다.

어떻게 보면 나름 전문적인 이야기들이라 할 수도 있지만, 무겁지 않기 때문에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 글도 재미있는데다 꽤 자세하게 그려진 삽화도 좋은 편이다. 다만 그 수가 그리 많지 않아 세세하세 알아볼 수 있을 정도까진 아니어서 보다보면 좀 아쉬움도 남는다.

그래도 단순 흥미로 보기에도 좋고, 학술적으로나 인문학적으로 유익해서 누구든 읽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