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칭촨(王晴川)’의 ‘당나라 퇴마사 1: 장안의 변고(大唐辟邪司 第一部: 长安惊变)’는 당나라 현종 복위를 배경으로 한 퓨전 무협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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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에 흥미가 당겨 이 책을 집어든 사람은 어쩌면 조금 실망하게 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이 책은 현대에 ‘퇴마물’이라고 하면 으레 떠올리는 그런 소설과는 좀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영능력’이라고 퉁치면서 별 희안한 능력들을 선보이며 상상력을 자극하는 판타지물인 ‘능력자 배틀물’, 소위 공작왕식 퇴마물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렇다고 영화 엑소시스트(The Exorcist, 1973)를 절로 생각나게 하는, 다분히 종교적인 호러 장르의 퇴마물이냐 하면 그것 역시 아니다.

굳이 장르를 분류하자면 이 소설은 ‘무협’에 가깝다. 옛 중국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어느정도는 능력자물로 보일법한 무공들을 선보이며 주인공이 일종의 의협심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렇다. 실제로 등장인물들 중 일부는 우리가 아는 전형적인 무림인의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저자는 거기에 도교 도사를 등장시킴으로써 퇴마물로서의 모습을 갖추었는데, 이게 현대 퇴마물에서 익숙한 불교, 밀교, 기독교의 것과는 조금 달라서 의외로 흥미롭다.

물론 도사들이 도를 논하는 장면같은 것들은 좀 난해하게 들리는 면이 있고 종교가 종교다보니 화려하거나 화끈한 액션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다만 저자가 그것들도 시대상과 함께 잘 풀어냈기 때문에 나름의 매력이 완성이 되지 않았나 싶다.

이야기도 잘 썼다. 흐름이 기묘하게 흘러가면서 묘하게 현혹하는 것도 좋고, 미스터리를 도입해서 탐정처럼 사건을 풀어나가는 것도 꽤 괜찮다. 그렇다고 퍼즐성이 강한 본격 추리물처럼 이마를 탁 치게 만드는 놀라운 트릭같은 게 나오는 건 아니다만, 이야기 중간에 복선을 깔고 그걸 뒤에서 잘 풀어낸 편이다.

낯선 시대상과 선뜻 와닿지 않는 직책과 용어들 때문에 배경설명이 있는 초반부는 잘 안읽히는 면도 있지만, 그런 것들은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자연스럽게 날아간다. 몇몇 전적으로 공감할 수만은 없는 부분들 역시 배경을 생각하면 대충 넘어갈 만하다.

찾아보면 아쉬운 점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어서 나름 만족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