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의 하루: 강남스타일 미대생 스토리’는 잠실과 압구정 등의 강남을 중심으로 한 미술대생들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표지

소설의 형태를 하고는 있지만 의외로 보다보면 이게 소설인지 좀 헷갈리기도 한데, 그건 이 소설이 등장인물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을 중점에 둔 것이 아니라 강남의 부유하고 그래서 나름 다양한 것들을 경험하고 즐기려하는 젊은이들의 모습과 그런 그들의 생각, 그리고 그런 그들이 만들어낸 당시 그 곳의 세태를 더 주요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때로는 이야기를 위한 대사나 장면 묘사가 아니라 단지 그들이 뱉어내는 대사나 그런 것들을 통해 그려내는 장면 그 자체를 위해 해당 장면이 들어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미대생인 유라와 그 친구들이 살펴보는 미술 관련된 내용이나 그에 대한 그들의 레포트 같은 것이 그렇다. 딱히 이야기 상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굳이 자세하고 꼼꼼하게 담아내서 더 그렇다.

클럽에서 어떤 식으로 논다던가, 그 곳에서 벌어지는 부킹 등의 일, 남녀가 서로 만나 즐긴다던가 그러면서 발생하는 문제를 얘기하기도 하고, 때로는 그러는 사이에 벌어지는 남녀간의 기싸움이나 차별 혹은 폭력같은 이슈를 다루기도 하지만 그것들 역시 단지 그것 자체만을 드러내기 위한 것처럼 보였다. 그것들이 이야기와 연결되지 않고, 장면 장면이 분리되어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각보다 소설로서의 재미는 없다. 그 보다는 상시의 사회상, 특히 강남 일대를 주 무대로 하는 젊은이들의 세태를 그려낸 글 같았다. 미술 관련한 이야기를 꺼낼때는 미술 컬럼같고, 사회 이슈들을 거낼때는 사회 컬럼 같기도 하다. 이런 기조는 거의 끝까지 유지되서, 작가가 일부러 그렇게 한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래도, 문체는 무려 24년 전인 1995년에 나온 것이라고 하기엔 꽤 잘 쓰지 않았나 싶다. 그리 익숙하지 않던 강남 젊은이들의 생활과 문화를 잘 그려낸 것도 치켜 세워줄만 하다. 솔직한 젊은이들의 모습을 그린 만큼 조금은 노골적인 성애 장면도 나오는데, 당시라면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지금에 와서는 전혀 자극적이진 않다. 심지어 분량이나 묘사 역시 많지 않아서 관능미는 느끼기 어렵지 않을까 싶다. 주인공인 유라의 행동 역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아서 딱히 공감하면서 볼 수 있는 소설은 아니지 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