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네 삭스(Aline Sax)’가 쓰고 ‘안 드 보더(Ann De Bode)’가 그린 ‘가로등을 밝히는 사람(De lantaarnaansteker)’은 죽마를 타고 동네를 누비며 마을의 가로등을 밝히는 사람이 만들어내는 따뜻한 이야기를 그린 그림책이다.

표지

가로등을 밝히는 사람은 거리를 따라 늘어서있는 가로등을 밝히기 위해 온 동네를 누빈다. 그러면서 동네 곳곳의 사람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데, 그들의 모습이 그리 행복해 보이지만은 않다.

짝사랑하는 사람을 그리면서 답장없는 편지를 보내는 아가씨, 작장에서 돌아오지않는 아빠를 늦게까지 기다리다 잠드는 아이, 아이를 잃은 슬픔에 휩싸여 절망적인 삶을 보내는 노부부, 가족과 떨어져 말도 통하지 않는 외국에서 혼자서 외로워하는 외국인, 그리고 중병을 앓는 아내 곁에서 힘겹게 간호에 전념하는 남편까지.

가로등을 밝히는 사람은 눈 내리는 추운 겨울날, 어둠속에서 홀로 외로움을 죽이고 있는 사람들을 보고 안타까워 하다가 한가지 생각을 떠올리고는 이들을 위해 편지를 쓰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루어진 짧은 만남은 현실적인 삶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작은 위로를 준다.

작품은 이야기를 통해 어떻게하면 서로를 도우며 좀 더 따뜻하게 살아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건 물론 다분히 동화적인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것이기는 하다만, 그래도 마냥 허황되어 보이기만 하지는 않다. 왜냐하면 그 근저에는 이웃이나 더불어 사는 삶 같은 것이 현실적인 기치가 있기 때문이다.

현대인들이 점점 잃어버려 이제는 희미해지기까지 한 것이기는 하다만, 그것이 갖는 가치가 어떤 것인지는 아직 잘 알고 있기에 이야기를 보고있으면 자연히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

가로등을 밝히는 사람이 벌인 일이 단지 그때뿐인 이벤트로 그치지 않고 이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변화시켰기에 더 그렇다. 그래서 모든 일을 마치고 잠든 그의 모습에서 잔잔한 미소도 띄게 된다.

이 이야기는 가스등이 발명되어 거리에 들어선 19세기 초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가로등은 불안과 두려움을 가져오는 어둠을 밝혀주었지만, 한편으로는 노동시간이 늘어나게 함으로써 가족에게 소홀해지고 외로움을 안게 만들기도 했다. 이야기는 사람과의 관계, 이웃과의 교류를 통해 그를 극복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그게 인간 사회에서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