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비와 락슈미’는 기억과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표지

인간이 사라져버린 도시를 홀로 헤매는 ‘데비(Debby)’는 AI 로봇이다. 그녀는 원래 식물종 채취를 위해서 만들어진 로봇이었는데, 인간이 사라져버리면서 계획되어있던 원래의 목적 대신 인간이 사라져버린 이유를 찾는 임무를 맡게되어, 그 후로 벌써 100년간이나 그 이유를 찾아다니고 있다. 그러나, 오랫동안 찾았는데도 불구하고 그걸 알기는 커녕 인간의 흔적조차도 좀처럼 찾지 못한다. 대체 인간은 왜 사라져버린걸까. 과연 그들을, 그 흔적이라도 찾는 것은 가능할까.

꽤나 궁금증과 흥미를 유발하는 시작이다. 그러나, 그게 계속해서 이어지지는 않는데, 그 이후로 거기에 덧붙는 설정이나 더 연결되는 이야기 같은게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소 잔잔한, 정적인 이야기같다.

이런 것은 이 이야기가 SF적인 무언가를 보여주거나 그를 통한 이야기를 그린 것이 아니라 기억과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에세이같은 점이 있는 글이어서다. 소설의 형식을 하고 있지만, 하려는 이야기를 정해놓고 거기에 이야기를 붙인 느낌이랄까.

그래서 이야기는 좀 호불호가 갈릴만한 면이 있다. 중반을 지나 이야기가 전환되면서 이야기되는 부분이 특히 그렇다. SF가 아니라 판타지에 가까운 성격도 그렇거니와 그것을 받아들이고 납득할만한 정도가 부족하기도 해서다.

시간과 기억이 꼬여 엮여있는 듯한 현상에 대해 저자는 전혀 설명하려고 하지 않는다. 등장인물들 역시 그렇다. 남들은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그저 그게 옳다는 듯 자연스럽게 믿는 것처럼 보인다. 마치 종교처럼 말이다.

거기에서 생각을 계속 뻗어나가야 다다를 수 있을 것 같은 책의 메시지라는 것도, 그래서 (왜 그렇게 연결된다는 건지) 납득이 안되고, 잘 와닿지도 않는다.

좀 난해하다.

이 리뷰는 YES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