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 환생 그리고 마녀의 방’은 악마와 마녀를 소재로 한 호러 판타지 소설이다.

표지

무려 15년만에 완성했다는 이 소설은 어떻게 보면 소재부터가 좀 독특하다. 악마와 마녀는 문화적으로 한국 사람에게는 그리 연이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연이 없기에 익숙하지도 않고, 그렇기 때문에 자칫하면 흉내만 내다 그친 애매한 물건이 될 수도 있었다. 그리고 솔직히 그런 점에서는 좀 아쉬운 부분도 보인다. 예를 들면, 악마의 설정이나 범인의 뒷 이야기 등을 직접 그 당사자를 통해 뱉어내게 한게 그렇다. 램프의 지니도 아니고 별 친절한 악들도 다 있다 싶달까.

물론 그런 식으로 처리한 덕에 이야기의 진행을 빠르게 다음으로 이끌 수 있었고, 복잡하게 얽힌 반전 요소 등도 수월하게 설명 가능했던 건 사실이다. 다만, 그걸 이야기에 녹여내 독자가 하나씩 알아갈 수 있도록 하지 않고 설명하는 식으로 풀어낸 것은 분명 작가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마치 악몽을 그대로 그려낸 듯한 이야기나 묘사는 꽤 나쁘지 않았다.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것이나, 은근히 다른 작품을 연상케 요소들도 그렇다. 이게 작품의 호러 분위기를 더 살려주기도 한다. 다만, 이건 대중적인 것은 아니어서 나름 취향을 타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야기의 분위기는 이 작품 내에서도 부(部)에 따라 조금 다른데, 그게 부에 따른 호불호를 만들기도 한다.

이야기 외적으로는 등장 인물들에 대한 묘사가 아쉬웠다. 캐릭터 구축이 조금 부족한 느낌이랄까. 그래서 누군가가 갑자기 돌변한대도 그게 특별한 반전처럼 느껴지지는 않았다. 반전 이전에 구축한 그 캐릭터의 인상이 옅었기 때문이다. 많은 인물과 이야기를 담다보니 단일 이야기를 다루는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밀도가 옅어져 그런게 아닌가 싶다.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꽤 흥미로웠다. 무엇보다 생소한 소재를 나름 잘 소화해 그려냈다는데 점수를 주고 싶다. 작가의 다음 작품은 어떨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