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중의 정원’은 훈민정음 언해본을 소재로 한 역사 소설이다.

표지

이야기는 뜻밖의 연서, 즉 연애편지가 등장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그깟 연애편지따위가 뭐 그리 중대한 일이냐고 할 수도 있겠다만, 그게 무려 왕의 후궁이 보낸 것이라면, 심지어 그 연애편지의 상대가 무려 왕의 조카라면 이건 더 이상 가볍게 넘길만한 그런 일이 아니게 된다.

역사에서는 사건의 전후 등을 짧게만 기록하고 있는 이 ‘소용 박씨(昭容 朴氏), 덕중(德中)’의 연서 사건은 그렇기 때문에 이상한 부분들도 눈에 띄는 쫌 의문스런 사건이다.

작가는 거기에 살을 붙여 가상의 이야기를 만들었는데, 실제 역사와 당시의 정세를 엮고 재미있는 캐릭터를 덧붙이면서 전체적으로 꽤 흥미로운 소설로 완성해냈다.

역사를 재구성해서 전개해 나가는 것도 볼만하고, 무엇보다 연애편지로 시발되는 사건을 그린 것인 만큼 실제로 주고받았을법한 내용을 편지 형식으로 써내서 마치 비밀 서신을 훔쳐보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것도 재밌다.

역모의 흔적이 훈민정음 언해본에 숨겨져있다는 상상은 얼핏 들으면 좀 엉뚱하기도 한데, 계속 듣다보면 괜히 솔깃해지게 되는 소위 음모론스런 비밀결사 이야기는 어떤 점에서는 파편적인 역사와 사실들을 통해서만 만들어낼 수 있는 실로 흥미로운 상상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 소설은 2010년 ‘모반의 연애편지’란 제목으로 출간했던 소설의 개정판인데, 원작을 접할 수 없던 독자의 불만에 이렇게 다시 나오게 된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단순히 문장을 가다듬거나 한 정도가 아니라 구성과 내용까지 바꿔서 거의 개작에 가깝게 다시 써 나온 것이다. 말하자면, 리메이크판인 셈이다.

원작은 프롤로그 등을 제외하면 총 84통의 서찰로만 구성되어있다고 하는데, 서간체 소설은 또 그만의 맛이 있기에 기회가 된다면 꼭 접해보고 싶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