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타 테큰트럽(Britta Teckentrup)’의 ‘잠깐만 기다려 줘!(Der große und der kleine Igel: Warte doch mal!)’는 잠시 멈췄을 때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그린 그림책이다.

표지

메시지 자체는 다소 뻔한 감이 있다. 왜냐하면 그동안 수 많은 사람들이 대중앞에 나와서 가장 못해서 아쉬웠던 것, 그렇기에 지금이라도 하고 싶고, 다른 사람들 역시 그랬으면 좋겠다며 건네는 말 중 하나가 잠시 멈추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런 이야기들은 솔직히 잘 와닿지 않았는다는 거다. 오히려 거부감과 좀 삐딱한 심정이 생기는 것이 사실이다. 너야 성공했으니까 그렇게 뒤돌아보고 멈추느니 어쩌느니 하는 그런 여유도 있겠지.

그런 점에서 대놓고 그런 얘기를 하지 않고 그저 그럼으로써 무엇을 얻을 수 있었는지를 경험담을 풀어놓듯 두 고슴도치의 이야기로 들려주는 이 책은, 똑같은 얘기도 조금 다르게, 보다 현명하게 전달한다.

현대인, 특히 현대 한국인에겐 이런 감탄이 좀 덜 할지도 모르겠다. 책에서 얘기하는 것 같은 자연의 대단함이나 경이를 체감하는 그런 경험들에 얼마나 공감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서다. 주변에 딱히 자연이랄 게 없는 도시에서만 살아봤다면 더 그렇다.

작은 고슴도치의 행동이 다소 민폐처럼 보이는 것도 중간에 살짝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요소다.

그래도 충분히 와닿을만큼 이야기를 잘 보여주는데다, 매력적인 삽화도 한몫해서 급하게 발걸음을 재촉하지만 않고 늦었음에도 잠깐 멈춰섰기에 비로소 얻을 수 있었던 것이 무엇있었는지를 분명하게 알게 해주지 않나 싶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