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수아즈 사강(Françoise Sagan)’의 ‘길모퉁이 카페(Des yeux de soie)’는 이별을 주제로 한 열아홉 개의 단편을 담은 소설집이다.

표지

다양한 배경,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그린 이야기는 다양한 이별과 생각, 감정을 보여준다.

저자의 건조하다고도 할 수 있는 담백한 문장은 단편에서도 여전한데, 짧은 이야기와 어우러지면서 군더더기 없고 함축적인 느낌도 든다. 이별을 이야기하면서도 감정이 철저하게 절제된 듯한 묘사로 그려낸 것은 독자로 하여금 감정적인 공백을 더 풍부하게 채워넣게 함으로써 역으로 작중 인물들이 느끼는 충격이나 서글품을 더 크게 느끼게 하기도 한다.

작품은 당대(70년대) 유럽을 배경으로 그 때 특유의 사교계 모습을 그린다던가 하고 있기도 하다만, 그러면서도 묘하게 현대적인 관계를 연상케하는 면도 있다. 그것이 수록작들이 그저 옛 시절 이야기가 아니라 충분히 공감하고 이입해서 볼 수 있는 이야기로 느끼게 한다.

예를 들면, ‘지골로’가 그렇다. 성에 대한 욕구는 시대는 물론이거니와 (대중적인 인식과는 달리)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있어왔다. 그렇기에 작품 속 지골로는 여전히 현대에도 존재하는 특정 직업이나 관계를 자연스레 연상케 한다. 그러한 관계임에도 애정이 싹틀 수 있다던가, 그렇다고 하더래도 관계를 정리하려 한다던가, 그걸 애써 담담하게 넘기려고 한다던가 하는 게 아릿하게 다가온다.

책에는 짧게 적어낸 이야기 열아홉개가 실려있는데, 이것들이 모두 일률적이지 않고 조금씩 다른 방식, 다른 느낌이라 소설집의 장점인 여러가지 맛보기도 보여준다.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