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예들’은 영웅의 후예들을 독특하게 그려낸 소설이다.

표지

이 소설에는 몇가지 독특한 점이 있다.

그 중 하나는 당연히 소재다. 소설은 기본적으로 지금은 취소된 ‘우랄-알타이 어족(Ural-Altaic languages)’과 그로부터 파생되었다고 할 수 있는 범투란주의(Pan-Turanism)를 긍정하는 배경하에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고있다. 그러니까, 소설에서 말하는 영웅이란 소위 ‘투란족’을 일컫는 것이며, 제목이자 주인공들을 가리키는 후예란 것도 그들로부터 이어진 혈족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캐릭터적인 정체성을 근현대 이전의 고대 것에 두었기 때문에 이야기는 자연히 좀 샤머니즘적인 분위기를 띄기도 하는데, 이야기에 직접적으로 그러한 존재들이 등장해서 후예들과 말을 나누는 등 상호작용을 하거나 마치 예언처럼 미래에 대한 암시를 남기기도 하는데다, 후예들이 다분히 샤머니즘적인 능력을 지닌 것처럼 묘사하기에 더 그렇다.

몇몇 이야기들은 투란주의라는 배경을 알아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고 그래서 어렵게도 느껴지지만, 그런 배경지식을 면밀히 요구하는 것은 아니며 몰라도 읽어나갈 만하다. 대충 한국의 무속신앙과 그 근간 중 하나인 유목민 조상을 모티브로 한 걸로 퉁쳐서 봐도 무리가 없을 뿐 아니라, 좀 더 과감하게는 그런 배경이 없어도 큰 상관없어 보이기도 해서다. 배경이 세 주인공 캐릭터를 좀 더 꾸며주고 해설하기도 하나, 그것이 그들의 서사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거나 하는 것까지는 아니어서다.

세 주인공의 꼬인 삶과 그것에 대항하는 모습, 그리고 그것이 얽히면서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것 등은 투란주의없이도 구성을 갖춘다.

또 하나의 독특한 점은 서술 방식이다. 화자에 대한 설정도 그렇고, 현실과 맥락에서 다소 벗어나 카메라 바깥에서 배우들끼리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그려진 장면도 이야기가 마치 몇개의 중첩된 차원하에서 진행되는 것처럼 느끼게 한다.

이것은 배경과 함께 때때로 소설을 의아하거나 난해하게 느끼게도 만든다.

그러나, 전체 이야기는 비교적 단순한 편이다. 흥미 유지를 위해 약간의 미스터리 요소를 넣기도 했으나, 그것도 처음부터 꽤나 분명한 편이라 소위 반전미라하는 것 같은 것도 없다.

이야기 자체의 재미를 추구한 것은 아니라 자연히 무엇이 남느냐를 생각해보게 하는데, 무엇을 생각하게 되든 자기 자신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만은 공통적으로 느끼지 않을까 싶다.

정답이란 건 없지만, 그렇기에 실수하고 실패하고 무너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결국 남는 건 어쩔 수 없는 자기 자신뿐이지 않나 싶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