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곳에서 일하고 살아갈 자유, 디지털 노마드’는 디지털 노마드에 관한 다큐멘터리 ‘One Way Ticket’을 만든 도유진이 그 이야기 책으로 엮어 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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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디지털 노마드란 무엇인지 그 개념에서부터, 어떤 식으로 일하고, 어떤 툴들을 이용해 그걸 가능하게 하는지를 먼저 간략하게 소개한다.

그리고 이미 디지털 노마드로 살고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실제 이야기를 담았다. 그들에게 왜 디지털 노마드로 사는지, 또 노마드의 장단점은 무엇인지에 대해 묻고 그걸 관련 내용과 함께 기록했다.

이들을 보면 한국에서는 아직 낯선 디지털 노마드가 얼마나 많이 시행되고있는지, 또 얼마나 다양한 동기와 과정, 그리고 방식으로 그 삶을 살고있는지 알 수 있다. 그래서 실제 노마드로서의 삶은 과장되어 알려진 것처럼 휴가지에서 랩탑을 두드리는 식의 이미지와는 다름을 보여준다.

물론, 그들의 삶 자체를 철저하게 추적한건 아니라서 대체 어떻게 노마드로서 사는지 잘 모르겠는 점도 있다. 법조인이 부부가 그 예다. 법조 서비스를 하려면 아무래도 서비스 지역에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니라면 서류 처리 정도밖에 못하지 않을것 아닌가. 진짜로 사장으로서 서류 작업만 하고 법정 출석이 필요한 것은 외주로 돌렸다는건지 어떤건지 세세한 부분은 다루지 않기 때문에 ‘노마드가 과연 IT 외의 직종에서도 가능한가’에 대한 의문은 제대로 풀리지가 않는다.

책에선 대부분 디지털 노마드의 긍정적인 면에 대해서 다루는데, 후반에서는 부정적인 면에 대해서도 조금 얘기한다. 어떤 분야에서든 등장하는 반 사기에 가까운 것들은 물론, 세금과 비자 문제, 그리고 거기에서 비롯되는 젠트리피케이션과 신식민주의와 태생으로 인한 차별 문제도 얘기한다.

대체로 생각해볼 문제들을 얘기한 것이긴 하지만, 세금과 비자, 그리고 젠트리피케이션과 신식민주의는 ‘문제점’이라고 하기엔 좀 애매해 보였다. 또, 저자 자신은 절대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고 자신하고 있어서 그런건지 많은 디지털 노마드들이 성 매수자이며 환율을 악용하는 파렴치한인 것처럼 얘기하는것도 지나치게 과장하는 것 같이 썩 좋아보이지 않았다.

노마드들로 인해 물가가 올라 현지인들이 쫒겨난다는 얘기도, 왜 그렇게 됐는지는 얘기하지 않기 때문에 뭐라고 판단하기 어렵다. 해당 지역은 안그래도 관광객들이 꽤 있었을 지역이다. 그런데, 노마드가 왔다고 해서 지역 물가가 올랐다는것은 노마드가 문제라기보단 오히려 현지인들이 노마드들을 상대로 한탕장사(즉, 바가지 씌우기)를 시작했기 때문일 수도 있지 않을까. 만약 그렇다면 일견 자업자득인 면도 있는 셈이다.

환율 차익으로 인한 혜택도 무조건 노마드측에 문제가 있다고 보기는 애매하다. 왜냐하면 여행객 역시 환율 차익 때문에 해당 지역에 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외국인들 때문에 해당 지역은 관광장사가 된다. 그렇다면, 장기 투숙하는 여행객과 노마드는 어떤 차이가 있는걸까. 왜 여핵객은 환영받지만, 노마드는 배척받는걸까.

이렇게 작가가 제기한 ‘작가 자신이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들’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러므로 당연히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너무 짧게 문제제기만 하고 넘어가는 느낌이어서 더 그렇다. 차라리 분량을 할애해서 좀 더 다뤄보지 그랬나 싶다.

‘디지털 노마드’는 ‘긱 이코노미’와 함께 서구에서부터 시작되고 있는 새로운 직업 문화의 하나다. 이중 비정규직의 몰락이라는 ‘긱 이코노미’를 전에 접했을때는 세상이 더욱 ‘헬’이 될 것이라는 ‘두려움’을 느꼈었는데, ‘디지털 노마드’는 그보다는 ‘설레임’이 더 있었다. 아무래도 직업 그 자체가 바뀌는 것이라기 보다 단지 수행 방식만이 달라지는 것이라 ‘덜 새로워서’ 그런게 아닐까 싶다. 이미 재택근무 등으로 조금이나마 경험해본 적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둘은 서로 배척관계인것은 아니다. 어쩌면 ‘디지털 노마드’로 결과 중심의 원격 근무 형태를 띈 비정규직 중심의 ‘긱 이코노미’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다만, 그렇게 됐을때 과연 그게 유연한 업무 문화가 될지, 아니면 또 다른 무한경쟁과 쥐어짜내기 문화가 될지 기대 뿐 아니라 걱정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