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면의 품격’은 이용재의 품격 시리즈의 하나로, 평양냉면에 대한 리뷰와 비평을 담은 가이드북이다.

표지

현 시대는 바야흐로 맛으로 음식을 먹는 시대다. 아니, 그걸 넘어서 맛 때문에 음식을 먹는다. 그만큼 모든 사람들이 맛있는 것에 열광한다는 것이고, 그게 소위 ‘푸드 포르노’를 만들어내기에 이르렀다. 보고있으면 도저히 먹지않고서는 견딜 수 없도록 위와 입과 뇌를 자극하는 말 그대로의 포르노.

이 책은 그런 푸드 포르노와는 조금 다르다. 여러 가게들을 충실히 평하는 것을 보고 있자면 예전 경험이 떠오르면서 또 다시 냉면 한사발이 생각 나기는 하나, 일부러라 할만큼 착실하게 평하는 것을 보면서 도저히 ‘꼴리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보다는 정보 지식 습득에 더 가까운 느낌을 받는다.

실제 가게의 정보와 그에대한 평을 하는 것이라 조금은 ‘광고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아니다 싶은 것에 거침없는 일격을 날리는 모습을 보면 그런 생각은 금세 달아난다.

어떤 기준으로 리뷰를 했는지를 책 뒷편에 수록하고, 어떤 점이 좋고 나빴는지를 상세히 밝힌 것, 그리고 좋고 나쁨을 솔직하게 수록해 실제로 참고할 수 있는 가이드로서 가치를 지닌 것이 맘에 든다.

책으로서의 완성도도 높은데, 이는 그를 위해 일부러 수록할 가게의 일부를 제외했기 때문이다. 동어 반복을 피하기 위해서였다는 그의 말마따나, 책을 보는 내내 같은 얘기를 또 보는 것 같은 지루함이 없다. 다만, 그래서인지 일부에서는 냉면에 대한 평이 아닌 잡설만 있어 의아함이 이는 것도 있었는데, 그 정도로 냉면에 대해서는 뭐라 할 말이 없었던 것이라고 생각하면 대충 어떤 느낌인지 알 수 있기는 했다.

평양냉면을 처음 먹었을 때, 내게 그것은 묘하게 고기냄새가 나는 밍밍한 국물에, 딱히 맛있다고 하기는 그런 비싼 음식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그 맛이 다시금 생각났고 또 먹고 싶은 음식으로 남았다. 그제야 맛있는 음식에도 여러 부류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렇게 먹었던 냉면이 이 책에서 좋은 평을 받은 걸 보니 내심 기분이 좋다. 왠지 ‘내 혀는 틀리지 않았어!’란 느낌이랄까. 그리고 또, 먹고 싶게 만드는 다른 집 냉면을 소개 받은 것도 좋다. 벌써부터 기대된다. 언젠가 시간을 내서 먹으러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