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온한 숨’은 폐쇄적인 내면과 과거의 비밀을 간직한 무용수와 그 앞에 나타난 과거 속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표지

싱가포르를 배경으로, 무용을 소재로 펼쳐지는 이 이야기는 주인공인 제인의 내면 때문에 꽤나 암울한 분위기를 내뿜는다. 애정 없는 남편과 관계가 어긋난 딸, 그리고 그들 사이에 끼어있는 하우스헬퍼와의 관계 때문에 더 그렇다. 심지어 이 문제들은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도 보이지 않는다. 마치 암울한 회색같다.

그런 제인이지만, 춤을 출때만큼은 화려하고 감각적인 모습을 보인다. 전혀 다른 사람을 보는 것 같은 느낌까지 들게하는 이런 모습은, 그녀가 마치 춤을 통해서만 자신을 드러낼 수 있고, 또한 세상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하는 것 같다.

거기에 갑작스레 다가와 감추고 싶은 과거를 끄집어 내는 텐, 점점 밝혀지는 과거의 일 등 따져보면 나름 흥미로울만한 요소들이 꽤 많이 들어있다. 문제는 그게 제대로 살아나지 못한다는 거다.

그건 등장인물들에게 썩 공감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요한 곳에서 그릇된 선택을 하는 제인과 텐 뿐 아니라, 그녀의 딸인 레나의 행동도 그렇고, 심각해져가는 문제를 보면서도 전혀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남편, 잘못한게 없다며 자기합리화를 시전하는 하우스헬퍼 크리스티나, 심지어 과거 맥스와 마리의 선택 역시 그것을 부정하는 장면들이 있었기에 납득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설마 이렇게까지 공감할 수 없는 인물들만이 가득하다니.

이야기 전개에 큰 역할을 하는 그 파격적인 춤이란 것도, 단순히 파격이라고만 하기에는 좀 너무 나가 보였다. 과연 그 말초적이고 퇴폐적인 행위가 예술로 포장될 수 있는 건지, 그저 변태인 건 아니었을까. 과연 내면을 분출해낸 춤의 형태가 그런 것이어야만 했는지 의문스럽다.

전반에 벌려놨던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제대로 수습되지 않은 것도 아쉽다. 게다가 그게 주요 흐름과 잘 엮여진 것도 아니라서, 단지 주인공의 마음과 행동에 작은 파문만을 일으키고 그걸로 쓰임이 다해 버려진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결말도 조금 뜬금없다. 오랜세월 묵혀둔 감정이 그렇게 급작스레 뒤바뀔 것이던가. 작가의 말에서 얘기했던 주제도 소설을 통해서는 느끼기 어렵다.

전체적으로 좀 아쉬운 소설이었다.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