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타람브(DITHARAMB)’는 가상 현실을 소재로 한 SF 소설이다.

표지

‘디타람브(DITHARAMB)’란 단어는 인터넷에서도 찾기 어렵다. 그나마 비슷한 것은 디오니소스의 별명이기도 한 디티람보스(διθύραμβος; dithyrambos; dithyramb)라는 찬가(찬양가)라는 의미의 단어인데, 이야기를 보면 딱히 이걸 변형해 만든 것 같지도 않다. 디타람브가 대체 뭔지 더 궁금해진다.

이야기의 시작은 꽤 나쁘지 않다. 디스토피아적인 미래 세계, 거기에서 일종의 도피책으로써 선택한 가상 세계로의 이주는 이전에도 봤기에 신선하지는 않으나 현실화된 것은 아니기에 여전히 흥미롭다. 거기에 연관된 사람들을 등장시켜 그들이 뒤에 감춰진 것들을 하나씩 알아내며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도 꽤 볼만하다.

가상 현실을 실제적인 것들을 생략한 마법같은 것으로 그린 것이 아니라 여러 문제들을 안고있는 또 다른 문제처럼 그린 것도 마음에 든다. 이게 소설 속 세계를 더 SF적이며 디스토피아적으로 느끼게 한다.

문제는 후반부로 가면서 초반의 동력을 크게 잃어버린다는 거다. 기왕에 했던 설정과 꼬였던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법으로 마구 쏟아내기를 선택했는데, 이게 영 좋지 않았다. 그런 설정과 전개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거나 긍정하게 할만한 이야기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좀 급작스럽게 느껴진다. 이렇다보니 일종의 반전미를 노린듯한 결말과 에필로그도 좀 심드렁한게 사실이다. 후반부를 이렇게까지 압축할거였으면, 아이디어만 잘 간추려서 단편으로 만드는 게 더 나았을 것 같기도 하고. 이야기의 구성과 완성도가 아쉽다.

이야기 외적으로, 문장도 썩 좋지 않은 편이다. 말투에서 이게 가장 크게 드러나서, 일관되지 않은 말투나 존대/하대를 섞어쓰는 것 등은 종종 몰입을 깨트린다.

퇴고와 교정이 없었는지, 편집 상태도 상당히 안좋다. 오자가 많아서 자주 걸릴 뿐더러, 탈자도 많아서 때때로 저자가 무슨 문장을 쓰려고 했는지 앞뒤 문장을 기반으로 상상력을 발휘해 끼워맞춰야 한다. 이런 것들은 읽기 경험을 크게 떨어뜨린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