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기지 마시오’는 외계인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낸 SF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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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과 관련된 일을 처리하는 공무원을 소재로 한 이 소설은, 알려지진 않았지만 사실은 일상속에 널리 숨어있는 외계인이라던가, 막대한 예산을 퍼부어 만들어낸 기발한 장치들이라던가 하는 것들을 ‘저게 뭐야’ 싶은 웃기는 상황들을 통해 풀어낸다. 이 때 한국과 공무원이라는 조합을 꽤 잘 이용했는데, 이를 통해 이들이 겪는 일들과 그들의 활약 등을 말 그대로 유쾌하게 담아냈다.

시트콤처럼 펼쳐지는 에피소드들은 사실 냉정하게 보자면 별 거 없다. 신기하거나 독특하다 할만한 점도 그렇게 많지는 않으며, 망상이나 우스갯소리로 치부해도 좋을만큼 이야기 자체도 가볍기 때문이다. 할 일 없는 공무원들이 소일거리를 찾는 이야기들이라 더욱 그렇다.

그러나 외계인의 존재와 SF라는 장르가 그것들을 잘 포장해 준다. 그냥 들었으면 그냥 그랬을 이야기를 꽤나 흥미롭게 만들어준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소설은 재미를 살리는 방향으로써 SF라는 장르를 잘 이용하지 않았나 싶다.

시작할 때 창작물이라고 못을 박으면서도 마치 경험담을 실은 것처럼 썰을 푼다던가, 펴낸곳이 소설 속 단체인 ‘한국우주난민대책위’라는 것도 재미있다. 이런 자잘한 센스들이 이 책을 조금 더 돋보이게 해준다.

소설의 배경은 의외로 MIB을 연상케 하는 점이 많은데, 그렇다고 그걸 단지 따라하기만 하기 보다는 행성인이라는 자기만의 색깔을 넣어 변화를 준 것도 좋았다. 물론, 그들의 변이라던가 하는 몇몇 것들은 SF라기보단 판타지에 가까운데다 딱히 설명이라 할만한 것도 없지만, 그래도 다행히 그게 큰 거부감을 일으키거나 하진 않았다. 소설 자체가 가볍고 유쾌하다보니 이런 것들에도 별로 심각해지지 않는달까. 어쨌든 진지한 SF라기보다는 일단 코미디니까 말이다.

문장력은 조금 아쉬워서 시기나 장소, 인물 등을 왔다갔다하는 이야기가 썩 편하게 읽히지는 않는다. 그래도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만 해, 2권도 보고 싶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