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 핏(Don’t Diet: 50 Habits of Thin People)’은 인도의 영양학자이자 체중 관리 전문가인 카비타 데브간(Kavita Devgan)의 다이어트 책이다.

표지

이 책은 낯설면서도 익숙하다. 낯선 것은 식단을 조절하면, 즉, 굶으면 빠진다는 전통적인 다이어트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판 처음 보는 내용인 것은 또 아니다. 그렇기에 익숙하다. 새로운 방법을 제안한다기보다는 기존에 여러 사람의 체험을 통해 축적된 결과들을 정리한 것에 가깝다.

이 책의 원제는 ‘Don’t Diet’로 상당히 도발적이다. 다이어트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다이어트를 하지 말라니! 그러나 사실은 앞에 ‘그렇게’를 생략한 것에 가깝다. ‘그렇게 다이어트 하지 마’라는 뜻인 거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그 방법으로 저자는 ‘마른 사람들의 50가지 습관’을 소개한다. 그중 일부는 영양학적인 것인데, 일부는 인간의 미묘한 반응에 기인한 것이며, 또 일부 마음가짐에 대한 것도 있다. 개중엔 이미 들어봤던 것들도 상당수 있다.

이 책의 좋은 점은 이것들을, 유행 따라 나오던 다이어트 서적들처럼 ‘사람들이 이렇게 해서 성공했거든?’ 하고 선동하며 ‘너도 하라’고 말하지 않는다는 거다. 대신,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그게 왜 효과적인지 설명한다. 그래서 대부분 쉽게 수긍이 간다.

번역도 크게 무리 없다. 표지와 제목 때문에 얼핏 보면 국내의 한 유명 다이어터가 쓴 책 같기도 한데, 읽다가 문득 어쩔 수 없이 ‘아, 외국인이 쓴 거지’하고 느끼는 건 주의해야 할 음식으로 듣도 보도 못한 인도 음식들을 나열하기 때문이다.

이건 이 책의 단점이기도 하다. 저자가 책을 쓸 때는 분명 더 잘 와닿기에 그런 예시들을 쓴 것일 거다. 평소에 먹던 것이니 얼마나 그렇겠나. 하지만, 그건 인도 사람에게만 해당하는 얘기다. 한국 사람 중에 그것들을 먹어본, 심지어 뭔지 알거나 보기라도 한 사람이 대체 몇이나 되겠나. 옮긴이도 딴에는 열심히 설명을 달아 그 틈을 메워보려고는 했다만, 아무리 그래도 어떤 음식인지, 왜 그걸 예로 든 건지 짐작도 가지 않는다. 이럴 거면 차라리 아예 지역화해서 이름만 듣고도 뭔지 알법한 음식들로 바꾸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음식 설명도 본문에 설명을 다는 것보다, 앞부분에 사진과 함께 설명을 적어놓았다면 차라리 나았을 거다.

‘건강하고 마른 여자들’을 위한 책으로 만든 것도 아쉽다. 다이어트란 모든 사람에 필요한 것이고, 그렇기에 이 책은 모두에게 도움이 될만한데, 지나치게 독서 대상을 특정해서다. 아마 ‘한국에선 그게 더 잘 팔릴 것’이란 마케팅의 판단에 의한 것이겠지만, 내용에 비해선 역시 좀 아쉬운 점이다.

커버 삽화

개인적으로는 원저에 있던 장난기 어린 삽화를 빼고 좀 더 무거운 느낌으로 편집한 것도 좀 아쉽다. 읽을 때 조금이라도 밝고 가벼우면 실천도 그 느낌 따라 더 가볍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