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그 립스틱 바르지 마요’는 이것저것 다 갖춘 남자 후배와 애인 있는 직장 선배의 로맨스를 다룬 소설이다.

표지

먼저 다행인 것은 이 둘의 로맨스가 불륜이나 약탈(NTR) 같은 행태가 아니었다는 거다. 로맨스는 의외로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장르다. 하나라도 기분이 나쁜 요소가 있다면 티격태격하는 짓을 웃으며 지켜볼 수도 없고, 그들의 사랑을 응원하거나 재미있게 보기도 어려워진다. 더 이상 예쁘고 멋져 보이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그런 게 없기 때문에 이 소설은, 여러 장르를 섭렵한 사람들에게는 조금 심심할 수도 있겠으나, 대신 좀 더 대중적이고 기분 나쁘지 않게 즐길 수 있다. 나는 이게 좋았다.

소설의 시작이라고 하는 ‘립스틱을 뭉개는 장면’이나, 고백하는 장면 등도 멋지고 예쁘게 잘 그렸다. 물론 현대물인데도 다소 비현실적인 면이 자주 보이긴 하지만, 로맨스도 일종의 판타지란 걸 생각하면, 오히려 그런 ‘연애에 대한 판타지’를 잘 그린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래서 보면 묘하게 웃음도 나고, 보면서 기분이 좋아지기도 한다.

소설의 내용을 일부 담고 있으므로 주의 바란다.

다만 아쉬운 것은 둘 사이의 관계가 좀 더 느릿하게 지속되다가 마음을 확인하는 방식이길 바랐는데 너무 급진전하는 면이 있다는 거다. 끌리는 마음을 갖는 게 너무 이른 느낌이었다. 그 후에 둘이 티격태격하면서 알콩달콩하는 장면들도 나오는데, 차라리 그것들이 먼저 나오고 그 후에 자기 마음을 서서히 확인해 갔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둘이 로맨틱한 분위기를 뿜는 장면과 알콩달콩하는 장면의 분위기가 너무 다른 것도 조금 아쉽다. 로맨틱할 때는 영화나 드라마가 떠오르고, 알콩달콩할 때는 개그 만화가 떠올랐는데 아쉽게도 그게 잘 섞이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개그를 기본으로 하고 때때로 진지해지는 게 아니라, 조금은 느끼할 정도로 진지했다가 개그가 터져서 더 그랬던 것 같다. 한껏 멋짐을 뿜어내던 주인공이 그러니 조금 어색했달까. 뒤에 가서 말을 놓는 것도 그간 보여줬던 상대를 아끼는 모습과 어긋나 잘 어울리지 않았다.

어색한 건 후반으로 가면서 갑자기 막장 드라마 악당화하는 악역도 마찬가지다. 그 변화가 그렇게 개연성이 느껴지지 않는달까. 캐릭터가 급변해서 붕괴하는 것처럼 보였다. 물론, 그 덕에 더 확실한 마무리가 되기야 했지만(그러기 위한 장치였겠지만), 그래도 좀 더 제대로 된 상대였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

이런 몇몇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는 꽤 좋았다. 무엇보다 기분 나쁜 이야기가 없는 게 맘에 든다. 몇몇에서는 그렇게 될 뻔하기도 하지만, 작가가 그렇게 치닫지 않도록 수위 조절을 잘 했다.

입술에 바르는 핑크색 립스틱, 그것처럼 예쁜 로맨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