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사카 토마(逢坂 冬馬)’의 ‘소녀 동지여, 적을 쏴라(同志少女よ、敵を撃て)’는 여성 저격수를 소재로 한 소설이다.

표지

얼핏 최신 유행인 페미니즘 소설인 것 같은 제목이지만, 독소전쟁 시기를 꽤 진지하게 그린 역사 소설에 더 가깝다.

독소전쟁, 즉 독일과 소련의 전쟁은 제2차 세계 대전 중 약 4년에 걸쳐 이뤄진 것으로, 단일 전쟁으로는 인류 역사상 가장 큰 큐모의 전쟁이었다. 무려 인구의 30~40% 이상을 모두 전쟁만을 위해서 동원한 그야말로 총력전이었으니, 얼마나 충돌과 여파가 엄청났고 그 경과와 결과 또한 처절했을지 (단지 규모만으로도) 좀 가늠이 될 정도다.

그랬기 때문인지 다른 전쟁과 달리 두드러지는 특징들도 꽤 있는데, 소련의 대규모 여군도 그 중 하나다. 소련의 여군들은 단지 군 관련 일에 차출된 사무직같은 인력이었던 게 아니라 직접 저격수나 전차병, 조종사 등으로 활약하는 전투병이었는데 당연하지만 그 중에는 (인력난과 시간 등의 문제로) 제대로 된 전략 전술 등을 교육받지 못해 짧은 게릴라 활동 후 산화한 사람들도 있다.

그런 여러 경우 중에서 저자는 가족을 잃은 여자들로 구성된 저격수 소대라는 흥미로운 주제를 꽤나 잘 집었다. 이게 좋은 것은 마치 재난처럼 전쟁에 휩쓸리는 것이 아니라 명백한 인과에 의해 복수를 목적으로 전진해나가는 주인공에게 쉽게 이입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그런 시작만 잘 잡은 게 아니라, 이후 전개도 계속해서 잘 끌어간다.

문장도 좋은 편이다. 낯선 배경이나 이야기를 접하게 되면 그것들이 자리를 잡을 때까지 시간이 필요한 경우도 있는데, 그런 구간이 없도록 일반적인 서사를 보여주는 부분과 새로운 이야기를 꺼내는 부분 등의 분배가 괜찮다.

그래서 잘 읽히고, 읽는 재미도 있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