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이 좋은 것에 비해 영화 ‘드림걸즈(Dreamgirls, 2006)’는 썩 잘 만든 영화는 아니다.

포스터

성공하기 위해 뒷질을 하는 것이나, 돈과 명예를 얻었지만 사람을 잃은 이와 모든걸 잃고도 사람은 남은 이를 보여주는 등 살펴보면 흥미로운 요소들이 굉장히 많이 담겨있지만, 막상 그걸 보여주고 풀어내는 역할을 해야 할 이야기는 좀 빈약하다.

심지어 그걸 짧은 시간속에 우겨넣다보니 어느 등장인물들도 제대로 담아내지를 못했다. 그래서 감정이입 할 대상을 찾기 어렵다. 최소한 주인공만이라도 내면을 깊게 묘사하고 공감할 수 있는 여유를 주었으면 좋았으련만, 숨가쁘게 당초의 이야기를 진행해 나가기에만 급급하다.

뮤지컬 영화라는 것도 좀 부정적이다. 유명한 동명의 원작 뮤지컬을 영화화한 것이라 그런지 뮤지컬적인 요소가 꽤 많은데, 그게 그렇게 긍정적이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중간 중간 노래를 하느라 흐름이 어색해지는 것은 물론, 뮤지컬에서나 괜찮을 연출을 영화에 갖다 붙여놓기도 해서 아무리 ‘뮤지컬 영화’래도 좋게 보기 어려웠다.

그놈의 엔딩 장면이 대표적이다. 그것 자체로는 이야기 흐름상으로도 그럴 듯 하고, 뮤지컬의 대단원으로서도 꽤 괜찮은 연출이기는 하다. 하지만, 그런 장점을 영화에서는 느끼기 어렵다. 이건 무대가 아니라 스크린 상영작이기 때문이다. 화면에서 무대에서와 같은 느낌을 받으라는 건 애초에 무리지.

연기도 아쉽다. 특히 사실상 주연인 에피 역을 맡은 제니퍼 허드슨의 연기가 상당히 떨어져서, 마치 대충 대사나 읊고 노래나 하러 나오는 것 같을 정도다. 이야기 흐름에 따른 감정이 연기에서 느껴지거나, 인물의 당시 감정이 노래로 이어지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중간중간 붕 뜬 느낌이 들기도 한다.

유명 가수인 비욘세를 썼으면서도 주인공 중 하나인 디나 존스를 제대로 돋보이게 그리지 못한 것도 안좋다. 비록 소울은 없더라도 단지 예쁘기만 한 것 뿐 아니라 노래도 꽤 잘하는 인물이어야 하는데, Listen 단 하나를 제외하면 그 편린조차 보여주지 못한다. 처음에는 비욘세가 커티스의 평처럼 평이한 음색을 가진 케릭터에 맞게 연기를 잘 한건가 했었는데, 아무리 봐도 그렇다기엔 너무 아무 매력이 없더라고.

분명 볼만하긴 하다. 무엇보다 수록된 노래들이 하나 하나가 주옥같고, 그걸 훌륭하게 잘 부르기도 해서 듣는 맛이 있다. 하지만, 그저 그것만으로는 ‘좋다’고 하기엔 좀 부족하다. 이건 음반도 뮤지컬도 아닌 영화이기 때문이다.

당초에 뮤지컬에 대한 향수를 가진 사람이 아니라면, 영화만 본 사람이 과연 얼마나 만족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