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 머피(Julie Murphy)’의 ‘덤플링(Dumplin’)’은 뚱뚱한 주인공을 통해 자아와 자존감을 이야기하는 소설이다.

표지

뚱뚱한 소녀가 미인대회에 나간다? 그것도 다이어트도 하고 가꾸어 변신을 해서가 아니라, 뚱뚱하고 썩 예쁘지 않은 그대로?

이유는 단순하다. 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참가 규정만 봐도 그렇다. 딱히 몸매 등에 제약이 있지 않다. 갖춰야 할 건 나이와 부모님의 허락 뿐.

그렇게 가볍게 시작했던 게 다른 아이들과 함께하게 되고, 생각지 않았던 절친이 참가하기로 하면서 가벼운 참가가 아니게 된다.

이 소설은 크게 둘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하나는 뚱보가 참가하는 미인대회 이야기고, 다른 하나는 뚱보 윌로딘의 로맨스다. 그 안에 담긴 요소들은 더 이것저것 있기는 하다만, 큰 줄거리는 이 둘이라고 할 수 있겠다.

미인대회 쪽은 메시지가 강한 편이다. 신체적인 면모로 인해서 주눅들어 살던 아이들이 미인대회에 나가게 되면서 자신을 다시 돌아보고 자존감을 찾아가는 것은 꽤 감동적이다. 이들이 무엇 때문에 기가 죽어있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미인대회를 준비해나가는지, 각자가 자신의 장점을 발견하고 자존감을 찾는 것 등을 저자는 썩 괜찮게 잘 그려냈다.

얘기하려고 하는 점에만 집중도 잘 한 편이다. 드라마를 위해서 과하게 갈등을 조장하거나 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조금은 평이한 것도 사실이다만, 대신 외모를 소재란 이야기에서 의례 남기는 기분나쁨이 없다.

로맨스 쪽은 판타지에 가깝다. 분명 주인공인 윌로딘은 통통을 넘어 꽤나 뚱뚱한데다 별로 예쁘지도 않은 인물이다. 그런데도 내로라하는 남자들에게서 동시에 구애를 받는다? 별로 현실적이지가 않다. 이들이 어째서 윌로딘에게 매력을 느끼는지가 전혀 드러나지 않아서 더 그렇다.

남자들과 썸이 오가는 것 역시 영 탐탁지 않다. 아무것도 아닌일로 화를 내고는 관계를 끊지 않나, 불필요한 오해를 쌓는가 하면, 이랬다가 저랬다가 하며 전혀 다른 사람처럼 행동하는 인물도 있다.

그리고 그건 윌로딘도 마찬가지다. ‘뚱뚱한게 뭐 어때서? 이게 나야!’라며 현재의 자신을 사랑하고 아끼는가 싶더니, 갑자기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하겠어’라며 남의 시선만을 신경쓰는 등 줏대가 없다. 심지어 그렇게 왔다갔다 하는 이유도 뭐가 없다. 그래서 윌로딘에게 감정이입을 하고 보면 좀 이상한 느낌을 많이 받는다. 오히려 조금씩 성장하며 자존감을 형성하여 당당히 서는 인물은 다른 사람이라 윌로딘은 혹시 페이크 주인공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책에 담은 여러 요소들은 분명 하나하나 떼어놓고 보면 의미도 있고 공감도 간다. 하지만, 그게 이야기에 녹아들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저 중구난방으로 흩어져 있는 것 같다.

로맨스가 그런 흐트러짐에 가장 큰 역할을 한다. 오죽하면 중간중간마다 차라리 이걸 다 드러냈으면 더 나았겠다 싶었을까. ‘뭐야’ 싶게하는 엔딩도 마찬가지다.

번역도 아쉽다. 전체적 무리없이 읽을만 하긴 하다만, 때때로 뭔 소린가 싶은 말이 뜬금없이 나오기도 하고, 비속어도 그 부분만 그대로 직역한건지 다른 대사들과 어울리지 않고 튄다. 마치 갑자기 정색하는 것처럼 보이는 비속어들은 이야기에 대한 집중을 해친다.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