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한 푼 벌면 내일 두 푼 나가고’는 경제학자 우석훈이 두 아이의 아빠가 되면서 경험한 육아 분투기를 담은 책이다. 표지에는 ‘절망의 시대에 다시 쓰는 우석훈의 희망의 육아 경제학’이라는 부제를 달았지만 실제로는 경제학책이라기보다 육아 체험기에 더 가깝다.

우석훈 - 오늘 한 푼 벌면 내일 두 푼 나가고

느지막하게, 그것도 하필 이명박근혜라는 절망의 시대에 무려 두 아이의 아빠가 되면서 고민하고 고생하며 아이를 키운 이야기는 정말 한 구절 한 구절이 눈물겹다. 그런 상황에서도 자식을 생각하고 걱정하며 사랑스러워하는 게 보여 더욱 그렇다. 부모라면 누구든 같진 않더라도 비슷한 경험을 했을 것이기에 마음도 아팠다.

한국은 왜 육아 절망 시대가 됐을까. 작가는 경제학자답게 그에 대해서도 생각해본다. 결론부터 말하면 부모에게 출산과 육아 모두를 오롯이 떠넘기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자본주의가 발전하면서 갈수록 살기 힘든 세상이다. 아빠 혼자 일해도 충분했던 건 과거의 이야기, 이제는 부부가 다 같이 일해도 힘든 세상이 됐다. 그러니 자연히 출산도 꺼린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에게 출산을 장려한답시고 내 논 정책이란 게 있으나 마나 한 것들이다. 대부분이 셋째 아이 지원에 집중되어있는데, 당장 하나만도 낳기 힘들어 꺼리는 상황에서 고작 약간의 지원을 들이밀며 셋째까지 나보는 건 어떠냐니. ‘우리는 지원 정책을 만들었으나 국민이 문제다’라는 식의 생색내기에 불과하지 않은가.

그나마 누릴법한 혜택이랄 육아 휴직도 막상 현장에서는 마음대로 쓰기가 힘들다. 설사 지원을 잘 해주는 회사라서 육아 휴직을 잘한다 해도 출산과 육아에 전념할 수 있느냐 하면 또 그렇지 않다. 휴직 중에 지원하는 육아휴직급여는 매월 통상 임금의 40%, 상한액 100만 원에 불과하다. 이는 실생활은 불가능하다고도 얘기하는 최저시급에조차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하지만, 아기가 생기면 필요 비용은 배가된다. 그냥 사람 하나 는 게 아니다. 아기는 훨씬 잘 아프고 필요 물품도 많기 때문이다. 결국, 부모 자신을 쥐어짜야 한다.

아이가 자라면 좀 나아지긴 하지만, 아이를 맡기고 일하러 갈 수 없는 건 마찬가지다. 워낙 수가 적다 보니 어린이집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힘든 데다 들어가도 밤까지 맡겨놓을 수 있는 것도 아니라서 직업 선택의 폭까지 좁기 때문이다.

한국 부모는 무한히 책임만을 등에 지면서 사회의 도움도 얻기 힘들다. 도움은커녕, 부모의 등골을 빼먹으려는 자들로부터 가계를 지켜야 한다. ‘자식을 위해선 아끼지 않아야 한다’는 말은 그저 부모를 압박하고 돈을 뽑아내기 위한 저주의 말일 뿐이다.

그런 것들은 뭐가 있을까. 육아 경험을 공유하면서 작가는 그에 대한 소소한 조언도 잊지 않는다. 예를 들면, 임신 시 하는 양수검사, 청력검사는 때에 따라 전혀 필요가 없다는 식이다. 이러한 검사로 알 수 있는것은 장애 여부 정도기 때문이다. 그걸 어떻게 해줄 수는 없기 때문에 장애아일 경우 낙태하려고 그러는게 아니라면 필요가 없는거다. 이런 조언들은 얼핏 당연 얘기라 조언이랄것까지 있나 싶기도 하지만 막상 경험없이 그런것들을 접하다 보면 자신도 넘어가게 되므로 미리 들어두면 좋다.

한가지 이해가 안되는건 2012년을 왜 ‘황금돼지의 해였다’고 하는지 모르겠다는거다. 출산을 준비했다는거 보면 아이를 2012년에 낳은 모양인데, 2012년은 임진년으로 용의 해다. 황금돼지의 해는 2007년 정해년이었지. 왜 2012년이 황금돼지의 해라는건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