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덴(Eden)’은 영원한 삶을 소재로한 SF 소설이다.

표지

‘영원한 삶’은 인간의 가장 마지막 욕망이다. 그래서 다양한 이야기들에서 상상의 나래를 펼쳐 이를 실현해보곤 한다. 꼭 판타지에서 뿐만이 아니다. SF에서도 마찬가지다. 신비로 가득차있는 판타지와 SF가 다른 점이 있다면 좀 더 현실적인 상상이라는 것이다.

이 소설에서 그린, 영원한 삶을 얻는 신인류도 그렇다. 필멸할 수밖에 없는 육신을 가진 생명체가 대체 어떻게 영원한 삶을 얻을 수 있게 되는지를 꽤 그럴듯하게 그렸다는 말이다.

육체를 가진 생명체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인공적으로 만든 일종의 로봇같은 신체로 옮겨가는 것은 자연스럽게 테세우스의 배 문제를 떠올리게도 하는데, 그렇게 새로 태어난 신인류가 어째서 저열한 복사판이 아니라 동일한 정체성을 가진 것인지도 나름 설득력있게 그렸다.

이 부분에선 예전에 읽었던 신화 SF 소설이 많이 떠오르기도 했는데, 그 소설이 상세는 생략해서 조금 판타지같았던 것과 달리 이 소설은 기술적이고 생물학적인 상세 묘사를 더해서 좀 더 현실감을 살렸다. 트랜스미션 시술을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과정도 임플란트에서부터 점진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그렸기에 무리해 보이지 않았다.

기왕 등장한 인공지능과 테세우스의 배 문제를 2부로 나누어 풀어낸 것도 좋았다. 그를 통해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모두 다루었으며, 그게 이야기에 나름의 굴곡을 만들어내기에 더 흥미롭기도 하다.

그래도 역시 소설로서 아쉬운 점도 있었다. 세세한 묘사보다는 이야기 진행에 중점을 두었기에 축약본같은 느낌이 드는게 그 하나다. 그래서 조금은 SF 설정과 세계관이 이야기를 뒷받침한다기보다, 그것들을 풀어내기 위해서 이야기를 덧붙인다는 느낌도 든다. 여러 인물들이 나오지만 캐릭터성을 느끼기 어려운 것도 그 때문이다. 조금 긴 SF 단편을 보는 것 같달까. 2부를 통해서 전달하는 철학적인 메시지도 좀 뻔하다.

대신에 이야기의 흐름이 빠르기에 읽는 내내 지루하지 않다. 기존 작품들에서 따온 듯 낯익은 것도 많지만, 이 작품만의 재미도 있다. 지인중에 실제로 AI로라도 자신의 흔적을 남길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다며 그것을 자신의 연장선상으로 생각하는 듯한 사람이 있었는데, 그래서 그를 다룬 이 소설이 내겐 더 볼만했던 게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