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요리노트(El Codex Romanoff)’는 미술가이자 과학자로 알려진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요리사로서의 면모를 담은 책이다.

표지

책을 보면서 먼저 드는 생각은 생각보다 훨씬 재밌다는 거다. 이정도까진 기대하지 않았었는데, 뜻 밖이었다. 그건 책 뿐 아니라 레오나르도 다빈치라는 사람도 그래서, 미술 뿐 아니라 과학 등 여러 방면에서 재능을 가진 대단한 사람으로만 알았지 이렇게까지 독특하다못해 특이한 인물이었을 줄은 정말 몰랐다. 그래서 그런 그의 삶과 그 안에서 피워낸 이 노트가 굉장히 유쾌하게 다가온다.

물론 실제로는 그렇게까지 유쾌한 삶은 아니었을거다. 그의 웃음이 나게 만드는 행적 중 일부는 실제 삶이 고단했기 때문에 생긴 것으로 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그걸 유쾌한 에피소드로 바라보며 재미있게 있을 수 있는 것은 그만큼 저자가 그런 것들을 해학적으로 담아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요리노트의 내용 뿐 아니라 그 전에 그의 행적을 소개하는 부분도 그렇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딱히 특별하달건 없는 책인데도 불구하고 만족스럽게 읽을 수 있었다.

책 서두에서 미리 얘기하기 하지만, 다빈치의 요리 노트는 요즈음에 나오는 것과는 꽤나 다르다. 그래서 실제 써먹을만한 요리책이라기 보다는 요리 에세이나 주방 일기에 더 가까운 느낌이다. 이는 요리 노트 사이사이에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 주변의 일 등을 잡다하게 적어두어 더 그렇다. 대놓고 우스갯소리를 쓰기도 했다. 이것들이 이 책을 더 가볍게 볼 수 있게 해준다.

그가 남긴 요리들은 상당히 낯설다. 그건 우선 문화가 다른 외국인의 요리책이라 그렇기도 하다만, 더 나아가면 그만큼 당시의 음식이 현대와는 많이 달라서 그런 듯하다. 그래서 개중에는 대체 어떤 요리일지 잘 상상이 안가기도 하고, 어떤 맛일지 의심스럽기도 하다.

간간히 현대에도 즐겨먹는 음식이 나오기도 한다. 예를 들면 수란이 그렇다. 레오나르도는 그걸 단순히 삶은 달걀이라며 적어뒀는데, 조리법은 영락없는 수란의 그것이다. 놀라운 것은 이에 대해 그가 ‘맛있는 척해야한다’고 적었다는 거다. 나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수란을 그렇게 비평하다니, 그 반응이 참 색다르다.

그 외에도 오이를 잘라 마사지에 사용했다는 내용처럼 의외로 현대까지 남아있는 것들도 있는데, 그게 그렇게 오래 전부터 있었다니 조금 놀랍기도 했다.

수록된 요리 중에서 유독 눈에 띄었던 건 역시 뱀 불알을 이용한 요리였는데, 뱀의 불알이란 어떻게 생긴 것인지 또 대체 얼마나 크다는 것인지 의아해서다. 요리보다는 재료의 독특함이 눈길을 끌었달까. 그 외에도 꽤 여러 불알들이 등장을 했는데, 인간이란 참 예전부터 별 걸 다 먹었다 싶다.

요리 뿐 아니라 재료에 대한 얘기도 많이 한다. 이건 어디에 좋다느니, 안좋다느니 하는 효능 같은걸 실었는데 보다보면 르네상스 시대판 동의보감 같다는 생각도 쫌 든다. 다만, 현대의 지식으로 검증했을 때 어디까지 맞는지 또는 그의 착각인지는 잘 모르겠다. 워낙 확고하게 얘기해서 실제론 어떤지 궁금하기도 한데, 책에는 이에 대해서까진 주석을 달진 않아서 좀 아쉽다.

몇몇은 여전히 유효한 것도 있겠지만, 일단은 아니라고 생각하는게 속은 편할 듯하다. 당장 파에 대해서 안좋게 써놓은 것만 봐도 신뢰가 떨어지니까 말이다. 이 책은 어디까지나 당시의 요리나 그와 관련된 생각을 담은 것으로 봐야지 진짜로 생활에 참고할만한 지식서로 봐서는 안될 것 같다.

책을 보면서 좀 아쉬웠던 것은, 노트의 저자가 미술에 재능이 있었던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막상 관련 그림은 별로 그리지 않았다는 거다. 그의 행적을 보면 딱히 미술을 즐기지는 않았던 것 같기도 한데 어쩌면 그게 개인적으로 쓴 노트에 반영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당시엔 누구나 알만한 음식이라 굳이 그림까지는 필요 없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고.

대신 그의 감탄할만한 발명품들이 빈 공간을 채웠다. 그러나 이것도 해당 내용이 나오는 곳에 실린 건 아니고 랜덤처럼 흩어져 있어서 딱히 본문을 볼 때 참고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그의 발명품들은 지금 봐도 놀라운 것들이 많았다. 비록 크기나 동력 등의 문제로 실패한 것도 많긴 하지만, 이 후 기술이 발전하면서 또는 그같은 물건을 필요로 하면서 다시 만들어진 경우도 있어 그의 생각이 얼마나 시대를 앞서가던 것이었는지를 느끼게 해준다.

발명품은 또한 그의 괴짜같은 면을 부각해서 보여주기도 한다. 그 중 일부는 주석을 통해 관련 일화를 더 소개하기도 했는데, 이것들도 은근히 웃음을 자아냈다.

다른 것들로 널리 알려진 그가 정작 주로 활동했던 건 요리사였다니, 상당히 신선하고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