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베르트 에스피노사(Albert Espinosa)’의 ‘푸른 세계(El mundo azul. Ama tu caos)’는 색을 소재로 풀어낸 3부작의 마지막 작품으로 삶과 죽음에 대해 그린 소설이다.

표지

소설의 인상은 참 독특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주인공의 설정이나, 그가 가게되는 곳, 그리고 그곳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가진 죽음이 발현되는 것도 모두 조금은 붕 뜬 느낌이다. 현실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그래서 소설은 마치 꿈이거나, 전혀 다른 세상의 이야기, 또는 그저 비유와 상징들을 이야기같이 담은 것처럼 보이기도 하다. 죽음을 거의 정확하게 아는 것처럼 그려진 것이나, 죽음 직전까지도 거의 건강한 것처럼 활동하는 점도 그렇고, 그렇게 짧은 생을 맞이하는데도 그곳이 유지된다거나, 그곳에서 행하는 각종 행위들, 그랜드호텔과 그곳을 유지하는 정체불명의 단체 같은 것들도 모두 그렇다.

이것들은 모두 특정 경험과 그를 통해 받은 느낌을 시적으로 표현하고 연결한 것에 가깝다. 그리고 그것들은 모두 결론에 담은 메시지를 드러내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일부는 다분히 작위적이며, 그래서 말이 안되어 보이기도 한다. 당장 푸른색에 대한 얘기부터가 그렇다. 도무지 보편적인 감정이나 사상을 담고 있는 것이라고 보긴 어렵지 않은가. 어디까지나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과 느낌이 푸른 색으로 표현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렇게 이야기가 추상적인 면을 띄는 것과는 달리 메시지는 꽤나 분명한 편이다. 그건 저자가 작중 인물들을 통해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하기 때문이다. 등장인물의 실제 나이와는 안어울리는 진중한 문장들도 모두 곱씹어 볼 만하며, 그건 삶과 죽음에 대해서 던지는 이야기도 그렇다.

물론, 작가의 생각을 문자 그대로 다 받아들일 수 있었던 건 아니다. 그러나 그 속에 삶에 대한 혜안이 있는 건 사실인데, 그건 저자 자신의 실제 겪었던 경험이 녹아있는 이야기라서 더 그런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다만 처음부터 의도를 갖고 쓴, 메시지를 위한 소설이다보니, 이야기 자체는 그리 매력적이지만은 않다. 일단은 소설이라기보다는 에세이나 자기계발서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 점은 개인에 따라 분명 호불호가 갈리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