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를 놓는 소년’은 자수를 소재로 한 역사 배경 소설이다.

표지

소설의 배경은 병자호란(丙子胡亂) 때다. 그것은, 비교적 적은 국토와 인구수를 가진 상대적 소국임에도 나름 주변국의 상황을 잘 살피며 국가를 잘 유지해오던 것에서 꼬꾸라져, 국제정세를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한채 무리한 망언과 쓸데없는 고집을 부리다가 나라를 크게 기울게 만들면서 단지 위정자들 뿐 아니라 백성에게까지 많은 영향을 끼친 사건이었다.

소설은 거기에 휩쓸린 한 소년의 이야기를 자수라는 소재를 통해 꽤나 흥미롭게 그려냈다.

보통 자수는 여성들이 했던 것이라는 인상이 있다. 바깥양반/안주인라는 말처럼 괜히 남녀에 따라 엄격하게 구분해서 일을 했을거란 편견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오히려 성 구분에 까탈스럽지 않거나 성적인 것에 개방적이었다는 의외의 사실들을 쉽게 마주치게 된다. 조선에 남성 자수장이 있었던 것도 그렇다.

역사적 사건과 배경, 실존했던 인물상에 가상의 캐릭터를 더한 후 그들이 어떻게 움직였을지를 그려낸 이야기는 꽤나 나쁘지 않다. 시대 배경과 캐릭터를 잘 녹여내서 상당히 자연스럽다.

다만, 이야기에 담으려고 했다는 다양한 길이 있다는 메시지는 썩 잘 느껴지지 않는다. 주인공 소년이 작은 사상, 그러니까 일종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는 것도 잘 보여주고, 그와 상대되는 인물을 통해 그러한 점을 부각시키기도 하지만, 소년 스스로 가능성을 깨닫고 그 쪽으로 발을 내딛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떠밀리다 그렇게 되는 것처럼 그려졌기에 선택과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 같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야기 전개는 나쁘지 않지만, 이야기가 나쁘지 않냐고 하면 좀 생각해보게 되는 이유다.

역사를 재현한 역사소설이 아니라 메시지를 담은 청소년 소설인만큼 이런 점은 좀 아쉽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